괜찮아, 오늘의 너도
한때 나는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내 안에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부끄럽고 불편했다.
혹시라도 열등감이 고개를 들면,
그 감정을 부정하기 위해 더 좋은 물건을 사고,
더 나은 사람인 척 행동했다.
나는 끊임없이 ‘비교’라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거울 속의 나를 더 커 보이게 하려 안간힘을 썼다.
누군가가 좋은 걸 가졌다고 하면
나는 그보다 더 좋은 걸 갖기 위해 애썼다.
강연장에 앉아 있을 때도,
강사의 능력을 마주하면 열등감이 나를 자극했다.
그들의 잘남을 부정하고 왜곡하면서,
내 자존을 지키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나는 열등감을 철저히 '적'으로 여겼다.
결핍은 부끄러움이었고,
그 부끄러움을 감추는 가장 빠른 길은
물질적인 보상과 외적인 성취,
그럴듯한 겉모습에 기대는 일이라고 믿었다.
몇 해 전,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그때 골프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시절이라
모임 내내 친구들은 골프 이야기뿐이었다.
드라이버, 우드, 티샷, 퍼터, 스크린골프, 벙커…
익숙지 않은 단어들이 친구들 사이를 오갔고
나는 그 대화 속에 끼지 못한 채,
다 식어버린 삼겹살만 조용히 씹고 있었다.
웃는 척, 괜찮은 척했지만
내 안에서는 열등감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골프를 시작했다.
이겨야겠다는 일념으로,
친구들보다 잘 쳐야만 열등감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몇 달간 몰입했고,
1년쯤 지나자 친구들보다 더 잘 치게 되었다.
그제야 열등감은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열등감의 시작이었다.
이번엔 자동차였다.
아는 동생이 외제차를 구입했고,
골프장 주차장에 빼곡히 주차된 고급차들을 보며
또다시 나의 마음은 흔들렸다.
'나도 빨리 외제차를 사야겠다.'
그 마음 하나로 주식, 아니 선물 거래에 손을 댔다.
두 달 만에 7천만 원을 벌었다.
하지만 한 달 뒤,
원금 1천만 원을 잃고 나왔다.
주식도 모르던 내가,
무모하게 돈을 좇은 결과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일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단 하나만 바랐다.
열등감을 무너뜨릴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무기는 늘 ‘물질적인 보상’이었다.
'메모 습관의 힘'의 저자 신정철 작가는
열등감을 잘못 다루는 방식 세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가정에서는 폭군이 되어
내부의 결핍을 외부의 지배로 보상받으려 한다.
두 번째는
자신을 열등하게 만든 대상을 애써 무시하고
자신의 세계만이 옳다고 여기며 우월감을 느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것이 왜곡된 감정임을 자각하지 못한다.
세 번째는
자신의 활동 범위를 좁히고
지배할 수 있는 작은 세계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다.
이는 도전을 회피한 채 안락한 위안에 머무르려는 방식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 세 가지 방식을 모두 경험했다.
그리고 그 방식들은 나를 지켜준 게 아니라,
오히려 내 안을 더 텅 비우고 말았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한다.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월해지는 것이며,
우월은 열등감을 보상하려는 선천적인 욕구에서 비롯된다.
열등감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문제는 열등감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였다.
나는 그 말을 늦게나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외면보다 내면의 힘을 기르기로 했다.
그리고 선택한 나의 방법은 ‘독서’였다.
나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5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60편이 넘는 서평을 블로그에 썼다.
그러면서 나는 조금씩 나 자신과 화해해 나갔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동안
내 안에 여전히 열등감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근엔 또 다른 열등감이 찾아왔다.
‘이웃 블로거가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부럽고, 조바심이 났다.
예전 같았으면 물질로 그 감정을 눌렀겠지만
지금의 나는 달라졌다.
나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기로 했다.
물질로 덮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성장으로 응답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감정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제 열등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감추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그 감정은
때로는 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나침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메모 습관의 힘'의 신정철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열등감은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맞다.
그 감정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작고도 정확한 신호다.
우리 모두는
망망대해와 같은 인생이라는 배에 올라 있다.
그리고 그 배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바로 우리 안의 감정들이다.
때로는 질투,
때로는 부러움,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껴안고 있는 열등감.
그 감정을 무시하지 말자.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그 감정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 보자.
열등감은 결핍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