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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츠 Daltz Dec 26. 2023

지원사업 덕분에 자립, 코로나 덕분에 업그레이드!

위기를 기회로, 동화콘서트.

 2018,19년은 우리 밴드에게 기념비적인 두 해였다. 우리 밴드의 공연 프로그램이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일 년 동안 10 회차씩의 공연이 확보된 것이다.


 2018년,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던 첫 공연은 '어른동화콘서트'였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의 취향을 반영하여 만든 공연이었다. 제목 그대로 '동화'라는 소재를 '어른'의 시각에서 보아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하였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밝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그려낸 '동화'는 아니었다.


 그런데 제목에 '동화'가 들어가다 보니 스터를 보고는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객석에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당황한 나는, 구연동화를 할 때처럼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과장된 표현력을 담아 공연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내용 면에서 아이들에게 다소 난해한 부분이 있을 것은 당장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다행히도 어린이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관객 분들서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다. 음악의 힘 덕분이었으리라.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은 공연이었음에도 큰 박수를 받으며, 즐거워해주시는 관객분들에게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관객이 아예 없거나 한 자리수인 공연을 대체로 해왔던 나는, 두 자리 혹은 세 자리수의 관객분들께서 보내주시는 호응에 압도 당해버 것이다. 꼭 보답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만의 취향을 표현하는 공연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연 만들고 싶졌다. 


 그러니까 다음 해에는 아예 어린이들이 관람할 것을 고려하여 '안데르센 동화콘서트'라는 공연을 만들었다. 작년의 공연들을 성황리에 마쳤으므로 지원사업에도 다시 선정이 될 수있었다. 지원사업을 통해 찾아가는 공연 활동을 펼치면서는 우리의 활동을 알게 된 몇몇 초등학교에서도 섭외 연락이 왔다.


 지원사업을 통해서 첫 해에 연 300만 원 정도, 그다음 해에 연 5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었다. 게다가 개별적으로 들어오는 다른 섭외들도 늘어나니 계속 이대로 성장해 나가면서 초절약모드로 산다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공연활동만으로 먹고사는 것도 가능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해보니, 아이들이 우리 공연을 크게 재미있어하는 것 같지가 같았다. 지원사업을 통해 공연을 할 때면 보통은 주민센터나 도서관 등에서 공연을 하여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공연을 보는 거. 부모님과 함께일 때의 아이들은 훨씬 더 편안 보였고 집중도 잘했다. 게다가 공연을 하는 장소에 직접 찾아올 정도로 문화생활에 제법 익숙한 아이들만 모여있는 거였다. 하지만 학교에는 보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아이들이, 부모님과 동행하지 않은 채로 모여있었다. 집중도가 달랐다.


 몇 번 정도 애매한 분위기로 초등학교 공연을 마친 뒤, 퍼커셔니스트 멤버가 공연을 개편하 좋 것 같다고 말했다. 우를 한 명 넣고 아동극 형태의 공연을 만들면 아이들이 훨씬 좋아할 거라고.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아이디어였다. 내가 가만히 서서 동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사이사이 밴드가 음악을 들려주는 식의 공연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엔 그 한계가 분명했다. 하지만 아동극은 어떻게 구성할지 또 배우는 어떻게 구할지 너무 막연하였다. 나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계를 느끼면서도 공연을 계속해나갔다. 하다 보면 점점 길이 보이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러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나는 크게 좌절하 . 근처에 군부대가 있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많았고, 그중에는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꽤 있는 학교였다.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다른 준비도 해갔을 텐데, 공연을 마치고 나서야 선생님께서 로처럼 해주시는 이야기를 다.


 아이들은 한 시간 동안 무대를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당황한 나는 표정관리도 잘하지 못했고 평소와 달리 말을 더듬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시선들이 어찌나 무거운지 시간조차도 눌려버린 것 같았다. 느릿느릿 지나가는 일분일초 속에 민망함을 견뎌내려 애쓰다 보니 겨우 겨우 공연이 끝났다.


 무대 위의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힘들어 보였다. 공연을 통해 즐거움을 나누지는 못할 망정, 민망한 분위기로 가득한 세계를 만들어내선 그곳으로 모두를 끌어들여 버린 거다. 앞으로  지금처럼 부정적인 에너지를 나 자신과 세상에게 전파할 능성이 있는 거라면, 무대에 서기를 아예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어린이를 대상으로 공연을 하게 된 건 애초에 나의 선택이 아니었다. 취향껏 선택했던 '동화'라는 소재 분명 어른의 시각에서 바라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연히 여기까지 흘러온 거. 어린이 공연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아는 바도 전혀 없으니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재미있는 어린이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그래도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 아예 그만둘 생각이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모든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버들은 대리운전을 하거나 학원에 출강하거나 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쉽사리 다른 활동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시작했다가는 그게 그대로 직업이 되어버릴까 무서웠다. 온라인 유통업을 했던 시절에 모아두었던 돈 야금야금 까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당장의 수입이 없어진 대신에 공연을 개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생긴 거라고.


 버의 의견대로, 배우가 출연하는 아동극으로 화콘서트를 개편해 보기로 했다. 나는 예전에 아동 뮤지컬의 음악 작업을 한 적이 있었으므로 그때 만났던 연출님께 도움을 청했다. 맙게도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배우 뽑아야 했다. 여기저기에 구인공고를 냈더니 60명 지원을 해주셨다. 코로나로 인해 배우들 역시 일을 구하기 어려웠던 참이었나 보다. 평소 같으면 이미 바빠져 있어 공고를 볼 일조차 없었을 법한 역량 있는 배우들 많았다. 낌이 좋았다.


 간관계 대해 유난히 걱정이 많은 나는 심혈을 기울여 모든 지원서를 여러 번 훑어보았다. 배역에 이미지가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계속 쭉 같이 해나갈 수 있을만한 사람인지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렇게 고심한 보람이 있었다. 그때 뽑은 배우와는 여전히 공연을 함께하고 있다. 함께한 시간이 이제 3년이 어간다.


 개편한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 분들께서도 즐거워해주셨다. 입소문을 타고 점점 더 많은 섭외가 들어왔다. 무대에 많이 서다 보니 출연진끼리의 합도 점차 좋아졌다. 공연 저절로 다듬어져 갔다.






 공연은 무대 위에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무대에 많이 서면서도 그 점은 늘 한결같이 신비롭게 느껴진다. 예전에 혼자 공연을 구성했을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그 결과물이 예측 가능했었다. 내 머릿속에 있던 것만을 구현한 세계였으므로. 그런데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세계는, 말 그대로 마법처럼 새로웠다. 미숙함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긴장하여 타인과의 교류를 꺼렸던 어린 마음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마법이었다.


 이후로 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그 안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사람들부터 찾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들을 음악과 함께 담아'시콘서트'의 경우, 음악적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 클래식 연주자편곡 잘하는 건반 연주자를 섭외하여 공연의 질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


 반대로 나를 찾아주는 부름에도 기쁜 마음으로 응하고 있다. 동화콘서트 때 움을 받았던 연출님서는 극단에서 만드는 뮤지컬의 음악감독으로 나를 섭외해 주셨다. 당시에 나는 한 달에 5,6일을 빼고는 연이어 공연이 있는 일정이었지만 무리해서라도 함께하기로 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내게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


 마 안 되는 쉬는 날짜들을 모두 미팅과 배우 연습 진행에 할애했고, 방 공연을 오가는 차 안에서 노트북을 꺼내 악보를 그리곤 했다.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곡들을 작곡했는데, 신기하리만치 모두 마음에 들었다. 연출님과 무척 긴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곡을 만들고 수정했으므로 그 역시 협업의 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결국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세계를 만났다.


 그렇게 긍정적인 경험이 반복되고 나니 이제 협업에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내가 만들어낸 음악이나 공연을 좋아해 줘야 할 텐데 하는 부담다면, 지금은 보다 많은 이들과 나누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 졌다.


 이 모든 변화가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매우 줄어들었던 시기의 도전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굉장한 전화위복이다. 덕분에 나는 앞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스스로를 갈고닦는 기회로 삼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 또한 갖게 되었다.


배우와 함께하기 전, 지원사업을 통해 진행했던 동화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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