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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츠 Daltz Mar 27. 2023

정말 비현실적인 꿈을, 이루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음악과 이야기를 전하는 삶

  유명하지 않은 채로, 음악 공연을 잔뜩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 라는 꿈 어쩌면 스타가 되고 싶다는 것보다도 더 비현실적 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기획부터 대본 쓰기와 작곡까지 모두 내가 직접 한 공연을 무대에 올린 다음, 무대에서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싶다. 라는 세부사항까지 추가해놓고 나면 더 그렇게 느껴졌다.


  유명하지 않은 나에게 공연을 '잔뜩'할 기회는 주어질 리가 없었다. 아주 가끔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대도 대부분은 출연료가 없거나 아주 적었다. 그러니까 생계유지가 될 만큼의 수입을 얻기는커녕 연습실 월세와 음원 제작 비용 등의 지출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방구석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만드는 것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을 사람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과연 생길지는 미지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사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서 현실과는 동떨어진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에 더욱 몰두하였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외로운 작업을 이어간 것이 약 10여 년. 놀랍게도, 꿈은 이루어졌다.






  코로나로 인한 집합제한이 드디어 풀리기 시작했던 2022년, 지난해 가을에는 공연 의뢰가 정말 많이 들어왔다. 9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는 일주일에 5,6일씩 공연을 했다. 휴일 없이 열흘 동안 이어서 공연을  적도 있었다. 매일매일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돌아다녔다.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200km 안쪽이라면 그래도 양호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공연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문의 전화를 받아 제안서와 견적서를 보내고, 공연을 의뢰한 공기관로부터 요청받은 다양한 서류들을 작성했다. 출연진들의 출연료를 지급하며 각종 세무신고도 해야 했고, 지속적인 홍보를 위해서는 영상 편집과 후기글 업로드도 놓치면 안 됐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거의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다 보면 목, 어깨, 허리가 늘 뻐근했다. 잠이 아쉬워질 정도로 바쁜 일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그토록 절실하게 꿈꾸었던 일들을 나는 어느새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익숙한 업무처럼 처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의식한 순간,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어떤 일이라도 시간이 흐르면서는 익숙해지기 마련이란 걸 안다. 또 나는 지나치게 해이해지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예민해지지도 않게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 나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최대한 생생하게 내가 사랑하는 이 직업의 모든 순간을 즐겨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꿈을 꿔왔던 시간이 참 길었으므로, 그 꿈을 이룬 지금이 가볍게 흘러가버리는 게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이 일을 하는 동안 영원히 처음과 같은 생생한 감동을 만끽할 수는 없더라도 그 빛깔이 성숙해져 가는 매 순간마다는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존재할 거다. 그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나는 익숙함을 늦추고 현재를 보다 농밀하게 감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다. 그러는 중에 나와 같은 단계에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 이들, 또는 막막함 속에서 무작정 헤매던 예전의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작은 울림이나마 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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