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깡패인데 예선 탈락?” 4기 정수 화법의 딜레마

진심은 충분했지만, 자존감 있는 언어가 부족했던 연애 화법

by 유창한 언변
자존감이 왜 낮아 보일까?


 ‘나는 SOLO 사계 ’에서 4기 정수는 단연 인상적인 출연자였다. 다정했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았으며, 울만큼 진심도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왜 설레지 않지?”, “자꾸 감정에 휘둘리는 느낌”, “현숙이 거절한 이유를 알겠다." 정수는 분명 진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그의 말은 매력으로 전달되지 못했을까?


1. “본선 깡패인데 예선 탈락”

― 의도와는 다르게 들리는 말의 그림자


정수는 방송 중 “저희가 본선 깡패인데 자꾸 예선 통과가 안 되는 애들이고…”라고 말했다. 자기 비하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말 안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숨겨져 있었다. ‘예선’과 ‘본선’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게 외모를 기준 삼은 평가의 구조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함께 언급된 상대(현숙)도 그 평가 속에 함께 포섭된다.


정수는 아마 자신을 자조하며 위로받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함께 깎여 내려진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주어가 '우리', '저희는'이라면, 싸잡아서 후려치기 당한 느낌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2. 감정을 ‘표현’했지만, 설득하지는 못한 말투

정수는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눈물도 보였고, 마음을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표현이 반복되며 다음과 같은 인상을 남겼다.


1) 정서적 불안정함

 → 자주 우는 모습은 마음이 풍부하다기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쉽다.


2) 자기 연민의 언어
 → “나는 늘 선택 못 받는 쪽이라 익숙해요.”
  이런 말은 공감보다는 안쓰러움을, 설렘보다는 부담을 만든다.


3) 정서 전가

 → 감정 표현이 상대에게 “이 감정을 받아줘야 한다”는 무언의 책임감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수의 말은 진심이었지만, 안정감이나 끌림의 언어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3. “이 정도면 괜찮은 선택”이라는 타협의 말


현숙을 향한 정수의 표현에는 끌림보다 상황 판단에 가까운 언어가 담겨 있었다.


- “현숙님은 좋은 분이에요. 착하시고….”

-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어요.”


이런 말들은 진심이라기보다,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말처럼 들린다. 연애는 논리로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으로 설득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처럼 보이는 말은 오히려 거리감을 만든다.


4. 문제는 ‘자존감이 결여된 말의 구조’


정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이 매력으로 연결되지 못한 건, 말이 자존감을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 남동생이라면, 이렇게 고쳐보라고 꼭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1) 조건 없이 상대를 선택한다
 - “이 정도면 괜찮다” (X)
 - “당신이라서 좋았다.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0)

-> 사실이 아닐지라도, 말이라도 최대한 '이성적인 끌림'이 있어서 선택했다고 말을 해줘야, 상대방 역시 머릿속에 있는 계산기를 던지게 될 것이다.


2) 감정을 객관화하지 않고, 주관으로 표현한다
 - “현실적으로 더 선택의 여지는 없었어요” (X)
 - “당신에게 마음이 갔고, 그 감정을 믿어보고 싶었다.” (0)

-> 이성적인 끌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진솔함이다. 마지막 보루처럼 선택하는 느낌은 최악이다. 그 사람을 선택한 이유를 마음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3) 슬픔을 포장하지 않고, 책임감 있게 정리한다
 - “나는 원래 잘 안 되는 사람이에요” (X)
 - “이번에도 잘 안 될 수 있지만, 내 마음은 후회 없이 전하고 싶어요.” (0)

-> 자책하고 자학하는 모습은 파워 에겐남(에스트로겐이 활성화된 남자)처럼 보일 뿐이다. 속상하더라도, 정확하게 속상함을 표현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자.


4)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다
 - “우리 같이 예선 통과 못 하는 사람들…” (X)
 - “나는 당신이 가진 따뜻함을 귀하게 본다.” (0)

-> 상대방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싸잡아서 평가절하하는 것은 깎아 치기 일 뿐이다. 상대방 또한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는 것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다정히 말해줄 필요가 있다.


5) 눈물보다 문장이 먼저 온다
 - (말없이 눈물부터 흘리기) (X)
 - “지금은 감정이 복잡하지만, 당신 앞에서는 솔직하고 싶다.”(0)

-> 과도한 눈물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 뿐이다. '똑'하고 떨어지는 진실된 감정에서 우러난 눈물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지만, '흐엉어어엉어엉', '뿌에에에에엥'은 곤란하다. 심지어 만난 지 3일도 안 된 사이라면 더욱.


마무리: 정수는 ‘우리’의 거울이었다

정수가 보여준 말들은 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연애에서, 누군가를 앞에 두고 ‘이 정도면 되지 않나’, ‘왜 또 안 되는 걸까’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타인을 상처 입히는 순간이 있다. 이 글은 정수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를 통해 진심이 매력으로 전달되기 위한 말의 설계를 함께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감정에 자존감이 더해질 때, 다정함은 끌림이 된다. 다정하고 따뜻한 그의 연애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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