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공격하고 있지는 않나요?
화낸 적 없는데, 적이 생겼다면?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그냥 말했을 뿐인데, 왜 싸우자는 줄 알지?”
“또 내 말투가 문제래. 근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
이런 말을 자주 하게 된다면, 지금 점검해야 할 건 논리력이나 태도가 아니라 말투일 수 있다. 공격적인 말투는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야만 생기는 게 아니다. 단정적인 어조, 억양의 끝, 주어의 선택, 감정의 흐름처럼 말의 구조 전체가 상대에게 위협처럼 전달되는 순간들이 있다. 자꾸 오해받는 사람들을 위해, 말투의 특징과, 개선법을 함께 정리한다.
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진 적이 있다면, 아래 항목 중 몇 개나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자.
- 말을 빠르게 쏟아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 “아니.”으로 시작하는 말을 자주 한다
- 상대가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고 싶어지는 습관이 있다
- “그건 상식이죠” 같은 단정적 표현을 자주 쓴다
- 말이 끝난 후 “내가 너무 세게 말했나” 싶어 곱씹는다
- 대화 중 표정이 무표정하거나, 억지웃음을 지을 때가 많다
- 질문했는데 상대가 위축되는 걸 느낀 적이 있다
- “그게 왜 문제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
- 감정은 없는데 자꾸 싸움처럼 대화가 흘러간다
- “그 말투 좀 불편해”라는 피드백을 받은 적 있다
세 개 이상 해당된다면, 말투를 점검하고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1. 말끝이 올라간다
“그래서요?”, “그게 맞다고 생각하세요?”, “대단하시네요?”
말의 억양이 비꼼처럼 들리면, 상대는 내용보다 톤에 먼저 반응하게 된다. 말투 자체에서 '강한 의문'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은 지금 자신이 뭘 잘 못 이야기하고 있나 싶어 움츠러들게 된다. 특히 강한 의문을 표현하는 것은 대체로 상대방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는 공격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2. 반박이 빠르고 말을 끊는다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잠깐만요, 그건 틀렸어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수정하려 들면 듣는 사람은 의견을 나누기보다 논쟁을 방어하려 한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타인의 생각을 바로바로 반박하게 되면, 상대방은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인간관계론>을 집필한 데일 카네기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가장 깊고 절실한 욕구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라며, 타인에게 무시받는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은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무시는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하기는커녕, 그 사람의 존재감 자체를 지워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3. 따지듯 묻는다
“그래서 왜 그렇게 한 거예요?”, “그럼 어쩌자는 건데요?”
질문 형식이지만 말의 구조는 설명이 아니라 해명을 강요한다. 상대방은 팔자에도 없는 청문회나 기자회견을 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러분의 공격적인 태도에 상대는 의견을 말하기보다 입장을 변호하게 된다.
4. ‘너’ 중심 문장이 많다
“넌 왜 그렇게 해?”, “그건 네가 잘못한 거잖아.”
상대를 주어로 시작하는 문장은 감정을 전달하기보다 지적과 비판으로 받아들여진다. 말은 설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를 탓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의 소재를 '너'에게 돌리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은 교통사고도 100:0이 잘 안 나오는데 저 사람은 뭔데 내 과실이 100이라고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5. 감정이 조절되지 않은 채 흘러나온다
목소리는 빨라지고, 말의 억양은 들쭉날쭉해진다. 내용은 이성적이지만, 말의 속도와 리듬에서 불쾌감이 전달된다. 결국 말은 전달되지 않고, 감정의 파편만 남는다. 평소 짜증이나, 화, 울컥함의 감정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일수록, 화를 낸다는 오해(과연 오해일까?)를 받기 쉽다. 일상적으로 짜증이나 화를 내고 있기 때문에, 경미한 수준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1. 말하기 전에 숨을 쉬고 1초 멈추기
감정은 속도에 실려 나온다.
말을 꺼내기 전에 숨을 들이쉬고 1초 멈추는 것만으로도 말의 억양이 정리된다.
숨이 정돈되면, 말도 조절된다.
2. 주어를 ‘너’에서 ‘나’로 바꾸기
“넌 왜 그래?” 대신 “나는 그 상황이 힘들었어”로 말해본다.
상대를 지적하는 문장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으로 바꾸는 것.
말투의 주어를 바꾸면, 상대는 비판 대신 공감을 준비한다.
3. 말끝을 낮추고 여백을 남기기
“그건 좀 아니잖아요?”보다는 “그 부분은 조금 다르게 느꼈어요.”
문장의 끝이 날카롭게 끊기면 전체 말의 인상이 세게 남는다.
말끝을 부드럽게 내리는 훈련만으로도 인상은 훨씬 유연해진다.
4. 단정 대신 여지 있는 표현 사용하기
“그건 틀렸어요”보다는 “저는 조금 다르게 봤어요.”
“원래 다 그렇게 하죠”보다는 “저는 이렇게 하는 게 익숙하긴 해요.”
정답을 단정 짓기보다, 의견을 건네는 태도가 말의 온도를 낮춘다.
5. 리액션을 한 단어라도 하기
말의 내용보다 태도에서 더 많은 오해가 생긴다.
고개를 끄덕이고, “음, 그렇구나” 같은 반응한 줄만 있어도 말투는 훨씬 부드러워진다.
무표정한 말은 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
오해는 이제 그만!
내용은 틀리지 않았는데 자꾸 관계가 멀어진다면 그건 말의 진심보다 말의 방식이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말투는 성격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리고 그 습관은 충분히 다시 만들 수 있다. 단정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하고, 여백을 남기고, 감정을 먼저 다스리는 말. 그 말은 나를 덜 해치고, 상대를 덜 긴장시키고, 관계를 더 오래 가게 만든다. 더 이상 오해받지 않을 수 있도록, 상대방을 나도 모르게 공격하는 일은 이제 그만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