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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곶자왈에게 배운 것들

혼자서는 잘 살 수 없다

by 현모양처 Jan 26. 2025

이 글은 현모양처 첫 에세이.

가제 '나를 지혜롭게 만든 00가지 순간들'에 들어갈 글입니다.


어느 날, 자원봉사활동 기자단 모임에서 만난 분에게 연락 왔다.

"서원님, 저희 같은 팀 할래요?"


곶자왈에서 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망설임 없이 나는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서로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 잘 찍고 제주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

요가와 마케팅 기술이 좋은 사람.

기획과 진행 능력이 좋은 사람.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

밝은 에너지로 주변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

성격도 능력도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합쳐놓고 보니 마치 어벤저스 같았다.

서로 부족한 점들을 다른 팀원들이 채워주고 있었다.

우리는 개인으로 할 때보다 팀으로 활동할 때 더 빛났다.


우리 팀 이름은 '곶자랄청년들'이다.

곶자왈을 알리고, 계속 성장해 나간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우리는 곶자왈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곶자왈에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쉼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느끼는 게 있다.

우린 전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성향도 다르다.

그런데 갈등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름'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네가 맞네, 틀리네'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낸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전혀 다름이 더 나음으로 바뀐다.


만약 서로 다름을 틀림으로 바라보고 무시했다면?

서로 싸웠을 거고 꼴 보기 싫어했을 거다.

나는 이 팀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 같다.

지금처럼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을 것 같지도 않다.


서로 다름을 존중해 주는 멤버들이랑 함께하는 게 편하고 좋다.

사실 우리 팀 모습은 곶자왈이 보여주는 모습을 닮아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곶자왈 : 곶(숲) + 자왈 (덤불, 잡목)

곶자왈은 용암이 굳어 형성된 독특한 지형 위에 다양한 식물과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숲이다.

자연의 온실 같은 역할을 하며, 열대와 한대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생태계다.

이처럼 곶자왈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형태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곶자왈은 여러 식생물들이 모여 산다.

그런데 전혀 문제없이 조화롭게 산다.

양지 식물과 음지 식물.

MBTI에서 E와 I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잘 어울린다.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도 함께 곶자왈에서 같이 살아간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곶자왈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서로 다름을 수용하며 살아간다.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 그늘을 제공해 준다.

다양한 곤충과 새들은 식물들 사이에서 먹이를 찾는다.

곤충들과 새들은 씨앗을 옮긴다. 그래서 새로운 열매를 맺게 도와준다.

이렇게 이들은 다 연결되어 있다.


사실 사람도 연결되어 있다. 그걸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내가 먹는 밥을 먹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기에 먹을 수 있다.

농사를 하고, 농사한 쌀을 수확하고, 수확한 쌀을 옮겨주고, 쌀로 밥을 만들어준 사람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도 연결되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편리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


위에 말한 것들을 나 혼자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없다.

본인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린 매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물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 단, 혼자서는 잘 살아가긴 어렵다.


하지만 지금 인간들은 어떤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고 혐오하면서, 서로를 괴롭힌다.

적이라고 판단하고 상대와 협력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것을 무시하고 빼앗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삭막해지고 있단 생각이 든다.


곶자왈에 있는 식생물들처럼 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곶자왈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1.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서로 다른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해 주는 순간 다양성이 되어버린다.

맞다, 틀리다로 구분 짓는 순간 2가지 모습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본인이 틀린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2. 주변 사람은 적이 아니라, 같은 팀이다.

적이라고 하는 순간 배척하게 된다.

식물은 먹이를 주고, 동물은 씨를 퍼뜨리게 도와주는 것처럼

우리도 매일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상대가 있기에 내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감사를 표현한다면?

서로 것을 빼앗는 게 아니라, 나누려고 한다면 더 행복할 수밖에 없다.

같이 협력하는 순간, 혼자 하는 것보다 더 큰 것들을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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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나니 팀원들에게 고맙다.

팀원들이 함께하자고 하지 않았으면, 곶자왈을 가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항상 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고 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해 준 우리 팀원들과, 곶자왈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아, 그리고 이 글이 살아있게 해 준 당신에게도.

당신이 이 글을 읽어줬기에 내 글은 생명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고맙습니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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