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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백 Oct 21. 2023

이 결혼의 끝엔 뭐가 있을까?

이혼? VS 결혼유지?

나도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이 글을 마칠 때 즈음엔 내 마음의 결정이 내려질 줄 알았다.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와의 일들을 돌아보며 글로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유부단한 나의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때문에 화가 난 어느 날은 당장 이혼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아이가 아빠와 잘 노는 모습을 보면 또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와의 다툼으로 힘들 때마다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며 그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아무리 정답이 없는 문제라지만 두려운 나는 자꾸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확인받고 싶어 했다. 그와 같이 살면서 자연스럽게 가스라이팅이 되었는지 다투게 된 상황 중 그의 말과 행동이 이해가 안 되고 이상한 게 맞는지? 다른 사람이었어도 화가 날만한 상황인지? 진짜 이혼을 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인지?.. 어느 날  그날도 그와 다투고 속상해서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다 화가 난 동생은 이혼할 거면 시간 아까우니 빨리 하라고 자꾸 듣는 자기도 힘들고 스트레스니 이혼 도장 찍기 전까지는 더 이상 자기에게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물론 언니가 힘들어하니 속상한 마음에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고 더 이상 누구에게 묻기 전에 글을 쓰면서 나 자신에게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왜 이 결혼이라는 끈을 놓지 못하고 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지금도 그에게서 큰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이혼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이 환경을 아이에게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평수도 줄여야 할 것이고, 아파트가 아닌 빌라나 투룸으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내가 일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 크게 문제가 없지만, 혹시 몸이 아프거나 사정이 생겨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는 막연한 두려움일 수 있고 막상 닥치면 다 할 수 있으리라는 걸 안다. 그리고 좋은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나 혼자만 생각한다면 이 결혼은 끝내는 것이 맞다. 우리는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너무 극명히 다르고 각자의 주장이 강해서 타협도 쉽지 않다.

나는 함께 하는 삶을 원하고 그는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 나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 발전하는 삶을 원하고, 그는 현재에 만족하며 큰 변화 없는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나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에 소비하는 편이고 그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소비하는 편이다. 삶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다르니 서로를 이해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더 타협이 어려운 것 같다. 남들이 보면 그게 뭐라고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부부관계에서 10년 든 20년이든 싸우는 이유는 항상 똑같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쉽지 않은 것 같다. 삶의 방향이라도 좀 비슷하면 덜 싸울 텐데 진짜 극과 극이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싸우고 투쟁해야 될 일이라 집에서 에너지 소모가 제일 크다. 결혼 전에는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겠지 나중에 대화로 해결하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삶의 가치관은 진짜 큰 부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수십 년 남은 인생을 함께 걸어가려면 방향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되는데 우리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지금과 이혼 후를 생각했을 때 나만 생각한다면 나는 더 자유롭고 행복할 것 같다. 물론 때로는 외롭고 쓸쓸할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함께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아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친정엄마는 위로하듯 나에게 말했다. 외도를 하거나 도박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크게 잘못을 한 것도 아니니 나이 들 때까지 조금만 참고 살아보라고. 나이가 들면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도 줄어들고 오히려 무심한 남편이 더 편하다고. 당신 본인도 자식들 보며 여기까지 오셨다고. 내가 아직 엄마만큼의 세월을 살아보지 않아서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고 나이 들 때까지 참고 살기에는 나의 젊음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력 없고 무심한 아빠와 이혼하지 않고 지금까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켜준 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도 서로 싸우고 스트레스받으시는 모습을 보면 각자 따로 행복하게 사시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이 글도 막바지에 달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혼? VS 결혼유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며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약간 죄송하지만 글을 쓰면서 이에 대한 확신은 얻지 못했다. 결혼만큼 인생에 있어 이혼이라는 결정도 중요한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내입장에서 이긴 하지만 우리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우리만의 사건들을 글로 정리해 보면서 서로에 대해 우리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던 것은 맞다. 만약 그가 진심으로 그간의 일들을 사과하며 앞으로 나와 잘 지내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든 받아줄 용의가 있다. 그리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니므로 나도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고쳐나가며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그가 제발 우리의 관계를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서로 행복하고 힘든 세상 서로 의지하며 함께 걸어 나갈 수 있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결혼의 끝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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