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쿠투부카(1)

by 상재

7.


그일 이후 석 삼촌과 초 삼촌이 조금 껄끄러웠다. 사건의 전말을 대충이나마 듣고 나니 두 삼촌이 원망스러웠다.


특히 석 삼촌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는 비록 억울한 일이지만 대화로 좋게 풀어나가려 했고, 석 삼촌은 한 번 물러나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아버지가 잡혀 들어가자 석 삼촌이 분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난리를 벌였기에 일이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관 삼촌은 평소 불만이 많고 매사에 투덜거렸으나, 의외로 아버지 말을 잘 듣는 편이어서 오히려 석 삼촌을 말렸다는 모양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어머니는 비쩍 마르는 것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간혹 성주 어른이 우리 집을 들여다보며 먹을 것을 챙겨주셨지만 어머니는 잘 드시지 못했다.


덕분에 음식은 모두 내 차지여서 아버지가 계실 때보다 오히려 잘 먹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성주 어른은 내 아버지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던 중, 작위를 내려놓고 두문불출하셨다.


새로 성주 작위를 물려받은 고신걸 어른은 어쩐 일인지 우리를 탐탁지 않게 보았지만, 그래도 한 번씩 돌봐주시고는 했다.


나는 새로운 성주 어른도 곱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열한 살이 되었다. 목마장에는 여전히 수백 필의 말이 초지를 뜯으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겼다. 관 삼촌은 험상궂은 얼굴만큼이나 호전적이고 다혈질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난 이 년간 매일 같이 관 삼촌을 찾아가 씨름을 배우고 병장기를 겨루었다.


처음에는 힘이 조금 부쳤지만, 이제는 거의 대등하게 겨룰 정도가 되었다.


“키가 빨리 자라는구나. 내후년이면 나보다도 크겠는걸?”


관 삼촌은 부쩍 늘어난 솜씨를 에둘러 칭찬했다.


몸이 자라난 만큼 마음속 울화도 점점 커다래졌다. 나는 관 삼촌처럼 매사에 투덜거렸고, 겁 없이 아무에게나 대들었다.


특히 문서봉 판관이 주된 먹잇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석 삼촌이 모든 일에서 손을 떼었기에, 초 삼촌이 목마장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그래서 권지목사가 된 문 판관 어른은 때마다 초 삼촌을 찾아와 말을 징수해 갔다.


그러면 나는 일부러 찾아가 판관 나리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해에 백 필을 가져갔고, 작년에도 오십 필을 가져가셨잖아요. 말이 크는 데 오륙 년은 걸린다고요. 키우는 속도보다 가져가는 속도가 더 빠르니 조만간 씨가 마르겠네요.”


“말버릇이 그게 뭐냐.”


“칫, 아버지 덕에 살아난 주제에.”


“이 녀석이!”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몰랐다. 초 삼촌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만 볼 뿐 함부로 잔소리를 늘어놓지 못했다.


그 모습이 통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더러웠다. 아무도 나에게 잔소리 하지 않았고, 패악질을 해도 오히려 동정 어린 눈으로 보았다.


여기저기에서 시비를 건 후 집으로 돌아갈 때면 이유 모를 죄책감이 가슴을 쑤셔댔다. 그럴수록 울화통은 돌덩어리마냥 숨통을 콱콱 막았다.


어째서 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홀로 지고 훌쩍 떠나버린 것일까.


벚꽃잎이 떨어지고 어느새 보리가 노랗게 익었다. 아버지가 떠나시던 날이 자꾸 떠올라 싱숭생숭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시간은 쏜살처럼 흘렀다. 여름이 되자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릴 지경이어서 관 삼촌과의 겨루기는 잠시 미루었다.


어머니가 기운을 잃으신 이후로 물허벅은 내 담당이 되었다. 일부러 새벽에 나섰음에도 뜨거운 태양이 따갑게 살갗을 괴롭혔다.


해안가에 이르자마자 용천수에 몸을 푹 담갔다. 순식간에 열기가 가라앉고 오히려 으슬으슬 추워졌다.


이제 허벅을 지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부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괜히 미적거리고 있었더니 멀리서 돌밭을 살피는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보말을 줍는 모양이었다.


한여름 뙤약볕에 보말을 줍는 일은 드물어서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슬그머니 귀를 쫑긋거렸더니, 육지서 온 관리가 보말국이 드시고 싶으시단다.


호사스럽게 준비하는 걸 보면 보통 고관대작이 아닐 듯싶었다.


문득 아버지가 떠나신 그해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육지에서 어마사인지 뭔지 하는 유경원 별감이 왔었다.


혹시 이번에도 말을 가져가려는 것일까? 그러한 일로 인해 또 무슨 사달이 날까.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지만, 다행히 마을에 별다른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를 살핀 후 땀을 닦으며 한숨 돌리고 있었다. 올레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서 보니 문서봉 판관이었다.


“탐노야, 쿠투부카는 어디에 있니? 집에 없던데.”


“초 삼촌이요? 제가 어찌 알아요.”


“에휴, 말을 말자. 목마장에 있나 보지. 아휴, 덥다.”


“무슨 일인데요?”


“알 것 없다.”


“알려주시면 안내해 드릴게요.”


“정말?”


“날도 더운데 괜히 고생하지 마시고요.”


판관 나리는 나를 빤히 보며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판관 나리는 쯧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조정에서 말을 꽤나 가져갈 모양이야.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핑계를 대면서 수량을 조절하였는데, 이번에는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어마사가 왔어요?”


“그래.”


“몇 필이나요?”


“그것이…….


판관 나리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래봐야 초 삼촌을 만나면 알게 될 것이어서 애써 채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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