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들을 우주로 확장시키는 아티스트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웬 땡땡이들을 이렇게 붙여놓은 거지?‘
길을 걷다 발견한,
LOUIS VUITTON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에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매장에 들어서니 낯익은 패턴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땡땡이 패턴! 그녀의 시그니쳐잖아? 쿠사마 야오이, 재패니스 아티스트!
얼마 전부터 내 폰의 LOUIS VUITTON application 아이콘도 이 패턴으로 바뀌었던데. 아니나 다를까, Application을 들어가 보니 그녀와의 콜레보레이션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처럼,
현재 그녀의 작품들이 홍콩에서 전시 중이라는 소식에
발을 돌려 전시장인 M+ Museum으로 향하게 되었다.
*관련내용1: LOUIS VUITTON X Yayoi Kusama colloboration
https://hk.louisvuitton.com/eng-hk/louis-vuitton-x-yayoi-kusama/for-her/_/N-t14gpwih
*관련내용2: M+ Museum official website
그냥 점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내가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학창 시절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검색하던 중이었다. 일본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산업재해물을 쌓아두었던 섬을, 건축가 및 예술가들이 모여 사람들이 관광지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였다. 그중 여행자들이 선착장에서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것은 바로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작품이다. 호박에 점을 찍은 거대한 조형물. 나는 그녀가 조현병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점을 열심히 찍는 아티스트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의 점은 단순한 점이 아니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것은 두 개의 다른 브로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하나는 어린 나이의 쿠사마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쿠사마이다. 그녀가 1929년생이니, 1945년작은 16살의 쿠사마를 보여주는 것일 것이고, 2023년작은 94살의 쿠사마를 보여주고 있음을 짐작한다. 흥미로운 브로셔이다. 두 브로셔는 모두 자화상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가 있다. 배경에서는 노란 단색 vs 복합색, 패턴에는 원형 및 선형 vs 유기적인 곡선으로 강한 대조를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그녀의 작품에 변화와 진화가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개의 브로셔를 만드는 것 또한 스토리를 연결시키는 좋은 방법임에 감탄해하며,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그녀의 어린 시절을 이해해야 했다.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어린 시절을 이해해야 했다. 가정 형편은 유복했다. 그러나 외도하는 아버지와 그리고 이를 감시하라고 시키는 어머니 사이에서 그녀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게 된다. 어린 나이에 누군가의 잘못, 그것도 아버지의 외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는 일은 자화상 작품 속에 담긴다. 거울 너머의 쿠사마, 그리고 힘껏 강조된 눈과 시선들..
이러한 불안증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작은 점들을 찍으며 스스로를 위한 안정제를 투여한 듯하다. 그리고 이 점들은 그녀의 철학을 구축하는 우주(universe)가 된다. 그녀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각기 다른 형태 혹은 크기를 발견하며 전체적으로는 음영을 통해 여러 흐름 혹은 movement를 느낄 수 있다. 한번 시작한 작업은 며칠밤을 새워가며 연속적으로 작업한다니 실로 대단한데,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형태가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 형상화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머리석에 잡힌 형상을 그대로 끄집어내어 캔버스에 옮겨놓은 것이다.
*관련내용3: Audioguide from M+ Museum
https://audioguide.mplus.org.hk/en/tours/yayoi-kusama-1945-to-now/locations/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된 세계관
점들은 캔버스를 넘어 공간으로 침투되어 간다. 집으로, 가구로 다시금 설치작품으로. 점점 그녀의 형상은 3차원으로 증폭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도착한 그녀의 세계
원소들이 형태를 구성하듯 그녀의 우주는 점들이 세계를 구성한다. 밀도감 있는 공간을 유영하듯이 그리고 각기 다른 밀도에 압도되기도 안정을 취하게 되기도 한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그동안 쿠사마의 머릿속에 있었던 점들의 형상들을 공유하게 된다.
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된 날.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만큼,
강한 몰입도와 피로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녀에 대해
많은 부분 이해하게 되었고
그녀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독자분들과의 체험 공유를 위해 몇 개의 비디오를 아래에 첨부하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