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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Dec 27. 2022

Diary.05 - The Love of Couture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패션 전시회

쿠튀르, 트렌드는 변하지만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연말이 다가오며 쇼핑몰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올 12월은 그랬다. 코로나에 대한 홍콩 정부의 방침이 완화되며 그동안 못 봤던 사람들과의 약속이 늘고 직장동료 및 친구와의 이벤트, 그리고 아내의 생일 등.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달이었다.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복합쇼핑몰, K11 Musea,에서 식사 후 몰을 구경하다가 흥미로운 전시를 발견했다. (참고로, 복합 쇼핑몰 K11 Musea에 관해서는 추후 여러분께 별도로 소개하려 한다.) 그 전시의 이름은 ‘The Love of Couture’로 평상시 패션에 관심 있는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였다.


전시의 공간은 크게 3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설명이 편하도록 Session 1,2,3이라 부르겠다.) Session 1은 전시장 입구 및 전시기획 설명 공간, Session 2는 과거 의류 전시, Session 3는 현대 디자이너의 의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공간에서 경험한 내용은 아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각 전시공간을 지나며 느꼈던 점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여행 다니는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입구에 놓여 있는 바늘 없는 시계, 뜨겁게 타오르는 네온사인, 스트라이프 바닥 패턴, 캡슐 안에 보관된 과거 의류, 그리고 네온 빛 배경화면과 의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것이 전시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콘텐츠임을 나에게 암시하며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자 그럼, 전시장에서 느끼고 발견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의류의 세계로 떠나는 시간여행>
*쿠튀르 (Couture)란 프랑스어로 의류를 만든다의 (Sewing or dressmaking) 의미로 기성복과 달리 디자이너가 한 고객을 위해 직접 만든 고급 의류를 말한다. 우리가 많이 접하는 오뜨 쿠튀르와의 차이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오뜨는 우리말로 고급을 나타내고 현재 오뜨 쿠튀르나 쿠튀르가 동일한 의미의 상품이나 컬렉션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되니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는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관련내용1: Haute Couture from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Haute_couture 

*관련내용2: 오뜨 쿠퀴르의 뜻과 역사 https://inahhchive.tistory.com/entry/패션-용어-오뜨-꾸뛰르-뜻과-역사 

 


Session 1_ 장숙평,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LOVE AFTER LOVE


앞서 언급했던 메시지의 전달자는 누구일까? 그는 미술감독으로 유명한 William Chang Suk Ping (장숙평)이었다. 유명하지만. 사실 난 그를 잘 몰랐다. 하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검색하는 순간, 그의 대표작들에서 ‘화양연화, 중경삼림, 해피투게더’가 나오고 그 순간 왜 유명한지 끄덕끄덕. 난 앞서 언급한 세 영화의 팬이다. 특히 영상미와 의류의 세련됨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심장은 두근두근 멈추지 않았다.

<William Chang Suk Ping, Co-chairs ‘the love of couture’ exhibition>

그의 전시공간 컨셉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Derek Walcott (1930-2017, Saint Lucia)의 시 ‘Love after love’로부터 영감을 받고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오랫동안 이루어진 디자이너의 쿠튀르에 대한 끝없는 헌신을 시각적으로 이번 전시에 반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잠시, Derek Walcott의 시를 살펴보면, 이별 후에 찾아오는 자아에 대한 사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많은 사랑이야기들이 떠난 애인에 대한 슬픔 혹은 떠나야 했던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반면, 이 시는 이별 이후 나에 대한 사랑의 발견이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참으로 독특한 시이다. 최근 많이 듣는 Love yourself에 대한 인식이 녹아있는 글이다.  


Love After Love


The time will come

when, with elation

you will greet yourself arriving

at your own door, in your own mirror

and each will smile at the other's welcome,


and say, sit here. Eat.

You will love again the stranger who was your self.

Give wine. Give bread. Give back your heart

to itself, to the stranger who has loved you


all your life, whom you ignored

for another, who knows you by heart.

Take down the love letters from the bookshelf,


the photographs, the desperate notes,

peel your own image from the mirror.

Sit. Feast on your life.


타인과의 사랑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바로 본인에 대한 발견을 조언한다. 이것이 사랑 이후의 사랑이다. 전시관 입구에 놓여있는 빨간 네온 빛 LOVE AFTER LOVE는 시대가 흘러 의류에 대한 트렌드는 변하지만 번질 자체는 영원함을 이야기하려는 그의 기획 의도를 보여주려 함이다.

<전시관 앞에 놓여 있는 설치작품 ‘LOVE AFTER LOVE’>


*관련내용3: “Love after love” William Chang Suk Ping Co-chairs ‘the love of couture’ exhibition https://youtu.be/XFYwBQPTA_g 

*관련내용4: Love after love by Derek Walcott https://allpoetry.com/love-after-love 

*관련내용5: 사랑 그 이후의 사랑에 관한 영문 번역 네이버 블로그 차일피일 https://blog.naver.com/yoonphy/222592572434 



Session 2_ V&A, 무엇의 약자입니까?


입구를 지나면 12벌의 드레스들이 맞이한다. 유리 큐브 안에 전시된 옷들은 마치 영화 속 시간여행을 위한 큐브처럼 보인다. 이번 전시는 V&A과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V&A는 London의 Victoria and Albert 박물관의 약자로 영국 문화의 다양한 소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런던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전시품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선별의 과정을 거쳐 영국에서 홍콩으로 운송된 V&A 소장품들이다. 약 200년간 지속되고 있는 쿠튀르의 역사를 대표 소장품을 통해 소개해주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스트라이프 패턴 공간 안에 전시된 의류를 보며 이전에 사람들이 입었을 모습들을 그려본다.

<Evening dress>

Session 3_  디자이너의 의류에 대한 해석과 제안


마지막 session 3는 6명의 디자이너가 V&A의 소장의류를 본 후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의류들을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의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트렌드의 방향과 다른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전시품들이다. 한국, 일본, 홍콩, 중국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참여했으며 각기 다른 색깔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손수 한 땀 한 땀 작업한 의상의 디테일과 미래적인 표현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있으며, 특히 네온빛 배경이 바뀌면서 의류의 색채 및 무드 또한 바뀌는 독특한 구성이 눈을 사로 잡는다. 그 가운데 위치한 설치품은 사랑에 빠졌을 때 뇌를 찍은 MRI의 뇌파를 구성하여 만든 전시총괄 장숙평의 작품이다. 독특한 사고와 해석, 그리고 강렬한 표현력에 한동안 설치물과 마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SOHEE PARK, South Korea>


<TOMO KOIZUMI, Japan>


<CELINE KWAN, Hing Kong>


<SENSEN LII, China>


<YUEQI QI, China>


<RYUNOSUKE OKAZAKI, Japan>


배경의 변화에 따라, 의류에서 느껴지는 감성의 변화를 확인해 보자. 빨간 치마는 배경색에 따라 따뜻함과 차가움, 스케일 및 볼륨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SOHEE PARK’s dress changing tones by different color background>


한국 디자이너가 치마에 민화를 수놓음으로써 전통과의 연결점을 찾으려 했다면, 일본 디자이너는 기모노의 허리라인을 강조해 전통과의 연결점을 찾으려 했다. 유니크한 특징 그 자체는, 그 존재만으로 과거와의 연결점이 되고 디자이너에게는 정체성을 유지케 하는 도움을 준다.   

<OMO KOIZUMI’s dress interpreting Japan tranditional clothes and futuristic suggestion>

*Note: 동영상에 삽입되어 있는 음악은 전시에서 사용된 음악과 다르며, 음질이 좋지 않아 전시회를 다녀온 후 기억을 더듬으며 작가가 임의로 추가했음을 밝입니다.  





총평,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전시.


패션이 궁금해서 찾아간 그곳에는, 옷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로부터 영감을 받은 설치작품들과 독특한 공간이 있었고, 시각적 청각적 즐거움이 있었다. 과거, 현재 및 미래가 공존하는 시간적 연계성이 있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마치 사랑에 대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온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짜릿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장숙평 총괄과 V&A, 그리고 관계자 분들의 노력에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Thank you very much!   

<Space sequence from entrance to the main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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