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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Dec 30. 2022

Diary.06 -  K11 Musea

갤러리인가요 아니면 백화점인가요?

갤러리 컨셉, 한 번쯤 떠올렸을 아이디어


갤러리 같은 공간, 어떠세요? 디자인을 하면서 갤러리에서 받은 영감을, 컨셉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에게 갤러리 컨셉은 고객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좋은 용어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도, 이전 작업들; 건물, 집, 카페에서 갤러리 컨셉을 자주 사용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쉽지 않다. 영감으로서의 인풋과 결과물의 아웃풋 사이에 간극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갤러리가 가진 DNA 혹은 존재의 이유가 너무 분명하다. 갤러리 안에는 예술품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술품(아티스트에 의해 제작된 창의적인 작품)을 보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나처럼 건축을 전공하거나 건축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예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갤러리를 찾는다. 예를 들어, 갤러리 포스터에는 예술작품이 메인으로 등장하지 건축물이 메인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일상에서 보기 힘든 작품을 보기 위해서, 아티스트의 창조물을 감상하기 위해서, 해외를 나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혹은 상상을 뛰어넘는 고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그곳을 찾는다. 다시 말해, 갤러리의 태생은 예술품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며 갤러리의 존재 이유는 바로 예술품 때문이다.


만약 디자이너가 직접 예술품을 배치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경험으로는 두 가지의 접근이 가능한데, 예술품을 제안하거나 혹은 공간적인 갤러리 무드를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정해진 프로그램이 갤러리가 아닌 이상, 대부분이 후자인 무드 만들기에 집중되며 사력을 다해 갤러리 공간의 모드를 창조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혹시 전자인 예술품이 제안된 갤러리 컨셉을 잘 구현된 곳이 있지 않을까?


*관련내용1: 갤러리 뜻 Oxford dictionary: a room or building for the display or sale of works of art.



갤러리와 백화점의 결합, K11 Musea

2019년 10월 홍콩의 침사추이에 갤러리 컨셉 K11 Musea라는 백화점이 등장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솔직한 반응은 ‘한국의 갤러리아 백화점과 비슷한 곳일까?’ 아님 ‘갤러리 무드를 구현한 백화점일까? 였다. 갤러리라는 단어와 무드를 이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마케팅의 한 전략으로 짐작했다. (한국 갤러리아 백화점은 해외 유명 건축가와의 협업을 통해 독특한 건물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예를 들어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은 UN Studio와 광교는 OMA와 협업했다) 그러나, 매장을 직접 방문한 후 나의 짐작이 너무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티스트들이 직접 공간 디자인에 참여하고 예술품들의 소개가 즐비한 이곳의 풍경에 참으로 놀라웠다. 쇼핑 공간의 곳곳에 놓여있는 예술품들은 나의 발걸음을 계속 멈추게 만들었다.

<K11 Musea>
<K11 Musea’s Artwork and tour>

*관련내용2: 갤러리아 백화점 official website https://dept.galleria.co.kr



K11 Musea, 이름부터 제대로 알아보자


K11 Musea는 홍콩에서 하나의 브랜드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이름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K11? K 시리즈의 11번째? 그렇다면  Musea?? Museum이랑 어떤 단어의 합성어?

<K11 Musea 전경 from urban view>


K11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 설은 창립자인 Adrian Cheong이 북경에서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쇼핑센터의 이름을 구상하던 중, 어린 시절 꿈꿔 왔던 자신의 왕국(Kingdom)을 떠올리며 이니셜 K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K는 알파벳의 11번째란 생각이 들어 K11이라 이름 지었다는 설이 있다. 두 번째 설은 홍콩 도시개발청에 의한 개발 분류 코드에서 이를 기원으로 이야기는 설이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설 모두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New World Development Executive Director Cheng Chi-Kong, Adrian says the name of the mall originated during a plane trip from Beijing back to Hong Kong, when he thought about the naming of the mall and his childhood memories. Since childhood, Cheng Chi-Kong, Adrian. had always dreamed of having his own kingdom. Since "K" is the 11th letter of the alphabet, he named the shopping mall "K11". He hopes his "shopping mall kingdom" will leave a deep impression on many people.
Another origin of the name "K11" is the development coding of the address. Under The Land Development Corporation (predecessor to The Urban Renewal Authority), Hanoi Road, No. 18 was the 11th item in the Kowloon Area, with the code "K11".


그리고 Musea는 Muse와 Sea의 합성어로 A muse by the sea로부터 만들었다고 하니 Museum과의 프로그램적 연계보다는 바닷가 앞에 놓인 context로부터 관련성에 더 관계가 깊다고 하겠다. 이런 관계성은 인테리어의 디자인에 적극 반영되었다. 파도의 물결패턴을 배경으로 눈 모양의 구형을 중심에 둠으로써 바닷속에서 생명체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K11 Musea 인테리어 전경>


*관련내용3: K11 naming https://gwulo.com/node/22564#18~22.29754~114.17396~Map_by_GovHK-Markers~100 

*관련내용4: K11 brand from official website https://www.k11.com/corp/ 

*관련내용5: K11 design description https://architizer.com/projects/k11-musea/ 



건축, 인테리어, 조경, 예술가, 조명, 전문가들 모두 모여라.


K11 Musea는 6층 전시관을 포함하여 지하1층 - 지상8층 규모의 쇼핑몰이지만, 몰 상부에는 Rosewood 호텔과 Artus 서비스 아파트먼트까지 포함한 Mixed-use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2008년부터 100개 이상의 회사 및 개별 아티스트와 협업을 했다고 하니 규모면에서 상상을 초월한다.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너무 많아 짧게 소개된 article을 첨부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하려 한다. 관심 있는 독자분들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 간략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Design profile exhibition by LAAB architects>


*관련내용6: 전문가들의 집합 https://news.artnet.com/art-world/adrian-cheng-on-k11-musea-in-hong-kong-1684570 



갤러리와 백화점이 공존할 수 있을까?


공존(Co-existence); 갤러리와 백화점, 2019년 처음 오픈한 이래로 지난 3년 동안 K11 Musea를 방문하면서 늘 머릿속에 들었던 질문과 생각이다. 성공작인가? 실패작인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분명한 점은 코로나로 인해 기업가 및 매장 관계자들에게는 처절한 악운의 시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홍콩에 거주하는 이들에겐 이전의 백화점과 다른 독특한 경험을, 그것도 저밀도의 물리적 공간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비즈니스 차원의 접근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려한다. 처음 1년은 즐거움보다 불편함이 앞섰다. 갤러리로서 작품을 들여다 보기에는 매장과 너무 붙어있어 집중도가 떨어졌고 주변으로 사람들이 너무 지나다니니 중간에 멈추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리고 쇼핑은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활동이기에 갤러리까지 동시에 경험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버티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한 번 두 번 전시물을 보고, 전시물들이 지속적으로 변경되는 것을 발견하면서 다음번 방문을 기대하게 되는 지속적인 호기심을 갖게 된다. 오히려 쇼핑이 아닌 전시를 보기 위해 가게 되고 다음번 어떤 전시가 있는지 살피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주변 지인들에게 K11 Musea 전시를 추천하기도 때론 추천받기도 한다.


혹시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 중에는 색다른 쇼핑을 원하시는 분, 혹은 복합 쇼핑사례로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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