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하려고. 너한테 가장 먼저 알려주고 싶었어."
보통의 친구였다면 "와!! 정말 축하해!"라고 말했겠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바로 그 결혼 상대가 남편의 동생, 즉 도련님이었기 때문. '지인지조'(지 인생 지가 조진다)라 했던가. 둘을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나니까 할 말은 없지만 복잡미묘한 감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결혼 여부로 반응이 갈린다.
미혼: 와! 너무 재밌겠다. 친구랑 같이 시댁 얘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좋을 것 같은데?
기혼: 어...? 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소개를 시켜준 거야?
변명을 좀 하자면 둘이 만난 시점은 내가 결혼하기 전. 그러니까 기혼자의 삶을 경험해 보지 못했을 시점이었달까. 타임머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나의 선택을 무르고 싶은 심정이다. 친구가 이상해서도, 도련님이 부족해서도 아닌, '내 마음이 이렇게나 좁고 볼품없었구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전적으로 찌질하기 그지없는, 내 마음의 문제다. 오늘은 아주 솔직하게 내 마음속 불안과 걱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쓰니 마음속 시나리오 TOP3>
1. 시댁 제사, 내가 독박 쓰면 어떡하지? (*시부모님은 나한테 집안일 잘 안 시키심. 그냥 혼자만의 걱정)
도련님은 직업 특성상 주말과 명절이 바쁘다. 과연 친구가 명절과 제삿날에 혼자 시댁에 올까? 시부모님이 아무리 잘 해주셔도 시댁 방문은 불편하고 어색한데... 게다가 시부모님은 제주도로 귀향 예정. 앞으로 모든 시댁 관련 행사는 나와 남편이 해결해야 하는 것인가.
2. 끝없는 비교
모두가 알다시피 결혼은 비교할 것 투성이다. 누구네 부모님은 얼마만큼 지원해 주신다더라, 집은 어디에 산다더라 등등. 결혼 과정에서 나뿐 아니라 나의 엄마, 아빠, 동생 등이 전부 비교의 대상에 오르내리게 된다. 그리고 그 비교는 비교되고 있음을 자각할 때 더 고통스럽다.
3. 자녀, 꼭 낳아야 할까?
나와 남편은 아직 자녀 계획이 없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양가 부모님도 아직은 자녀에 대해 크게 부담을 주시지 않는다. 그래도 자녀는 꼭 가질 것이라 확신하신다. (과연 그럴까요?) 반면 친구와 도련님은 자녀 계획에 적극적인 편이다. 동생 부부가 먼저 아기를 낳는다? 장녀&장남 콤보라 벌써 눈치가 보인다.
참 좁디좁은 마음이다. 내가 쿨하게 상황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친구를 축복해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친구를 사랑하는 만큼, 나의 옹졸한 마음이 나를 아프게 한다. 시간이 더 흐르고, 내 마음이 조금 더 성장하면 오늘의 이 고민이 참 별것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까? 내 마음이 평안에 이르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