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마이크로비치
비현실적일 정도로 다양하게 푸르른 바다와 흰모래, 중간중간 높이 솟아있는 야자수. 흔한 열대 휴양지의 풍경이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내 발로 그곳에 서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다. 모든 이들의 표정에 베어 나오는 미소와 여유, 느긋함은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즐거움이다. 그들의 즐거움을 내 온몸에 고르게 펴 바르고 바다로 풍덩 뛰어든다. 나는 바다가 된다.
이 아름다운 해변에 석양이 머물면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든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어가면 숙소에서 쉬던 사람들,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바쁘게 돌고 온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여든다. 선셋 크루즈를 타고 바다 위에서 석양을 맞는 이들도 있다. 모두들 기다리고 기대하는 것은 단 하나. 아름다운 노을이다.
어쩌면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대부분에게는 노을이 아름답지 않아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아름답건 아름답지 않든 간에 이처럼 여유롭게 노을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는 맞이할 수 없는 경험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리도 아름다운 해변에서 맞는 일몰이라면 무조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