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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지다

영원한 길을 떠난다

by 이문웅

허어연 머리카락
바람에도 꼿꼿이 선 채
도포자락 주섬주섬
자세를 잡고

허리를 하늘로 찌른 듯
올곧게 한 걸음씩
사람들 모인 그곳으로
지팡이 짚고도 가시던 길

한평생 북녘땅 태어난
그 어머니
그리워 여동생 손잡고
뜸부기 부르다
또 눈물 흘리시더니

코로나도 기승을 부리던
경자 보내고 신축년 새 해
밝자마자 이젠 먼 길 가시네.
그 먼 시선 남긴 채

당신 가시니
하늘이 휘돌아 봄을 물리네
서슬 퍼런 눈빛은
이 불쌍한 땅에
세상 마구 바람으로 휘젓고
하얀 모시 등짝 보이시고 가신다.

밤이면
컴컴해서 눈앞 내
발마저 보이지 않을 때
당신은 하늘에 온몸으로 빛을 내어
작은 길을 밝힌 초롱

그렇게 빛을 내어주던
작은 별
모두가 별이기에
더 힘내라며
왔던 그 우주로
우리 마음속으로
영원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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