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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밤

등 나간 가로등 및 포장마차

by 이문웅

겨울밤은

모든 이에게 쓸쓸해서
귀가 길 등 나간 가로등 밑

포장마차는 항상

들어설 자리조차 없다.

눈 내려 더 환한 골목 밤 풍경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월급쟁이
입맛을 다시며 피어나는 연기 따라
천막을 거두며 안으로 들어서고

뿌옇게 안개 낀 안경을 벗으며
소주 한 병과 매운 닭발을 시킬까 하다
그냥 어묵 몇 개로 마음을 돌리며
아직 마시지도 않은 내게

내일을 걱정시킨다.

사람은 누구나 겨울을 먹고 자란다는
멍청한 말을 떠올리며 술잔을 채우고
이 한 잔처럼 내가 꽉 채워지면
봄이 오려나! 그렇게 한 잔은 사라지고

갑자기 흐느적기다 흐느끼는
구석 테이블의 한 여인은 겨울이 미운건지
안주는 더 이상 그의 위 속으로

자리를 잡지 않는데
자꾸 고개가 돌아간다.

봄이 외로운 것은
떠나보내는 겨울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둥
또는 두 잔 석 잔이 남자의 가슴으로 흘러
따뜻한 봄이 오는지도 모른다는 둥

한 남자의 두 볼위로 진달래 빛
취색이 볼그랗게 올라서며
굳이 외롭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봄은 외로운 이들과

눈 내린 밤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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