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세상은 어떻소?
난 지금 동해 죽변해변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맥주 두 병과 고르곤졸라 피자를 놓고
바라보고 있소.
우리가 함께 여행했던 추억도 없이
우린 바쁘게 살아오다
마지막엔 간다는 말도 없이
그대는 갔소.
사실 갈 때쯤 나는 갈 것을 알고
당신이 버텨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소.
그대 가고 한참 후에 그대가
내게 소식 전하니 그건
별이 된 그대 보내는 신호였기에
내게 늦게 도착했을 거라 믿고 싶소.
그대 살아 있을 때 내겐 스승이었소.
그래서 지금 그대가 된 그 별은
내 맘에 빛나고 있소.
파도가 밀려오는데
매 번 내게는 똑같은
거품으로 보이는데
저 파도는 이름을 불러도 모른다니
그대는 별이 되기보단
차라리 바람이 되길
나는 하루를 살며
그대가 항상 있으니
그대가 별이 되기보단
내 맘에서 농사를 짓는가 보오.
벌써 두 시간쯤
흘러가는 카페의 시간
여전히 파도는 밀려오고
그대는 내게 웃음 짓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