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일몰 광경에 취했던 세 사람은 결국 그곳에서 밤을 보내기로 하고 저녁을 했고 술 한잔 하며 어린애들처럼 다시 화해하고 즐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차 수리를 마친 세 사람은 캠핑카에 올라탔다. 완수와 칠수 사이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부드럽고 조화로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칠수가 내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무엇인가를 검색하고 있었다. "완수야, 정희 씨, 우리 한 번 카멜리아 힐에 가보는 건 어때?" 칠수가 슬쩍 제안했다.
"카멜리아 힐? 거긴 뭐 하는 곳인데?" 완수가 물었다.
"제주에서 유명한 동백꽃 정원이야. 이 계절에 가면 딱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야." 칠수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사실은 완수와 정희의 관계가 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안했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빨간 동백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희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렇게 카멜리아 힐에 도착한 세 사람은 꽃 향기가 가득한 산책로를 걸으며 주변 풍경을 즐겼다.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에서 꽃들이 만발한 정원은 누구나 감탄할 만큼 아름다웠다. 칠수는 마음속 작은 설렘을 감추며, 일부러 완수와 정희에게 말했다. "둘이 천천히 구경하고 와. 나는 잠깐 여기서 쉴게."
완수와 정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동백꽃 사이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붉고 탐스러운 꽃들 사이를 거닐며, 정희는 완수의 손을 슬며시 잡았다. 완수는 약간 놀란 듯했지만 곧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무언가 더 깊은 감정이 싹트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완수는 정희의 손을 꼭 쥐고, 조용히 속삭였다. "정희야, 이런 순간이 우리에게 참 소중하다는 걸 알겠어. 고마워, 네가 나와 함께 있어줘서."
한편, 칠수는 주변을 서성이다가 불현듯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지난번 정희 씨가 소개한 희진 씨였다. 그 순간 둘은 서로 말을 잇지 못하고 어색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희진은 놀란 듯 손을 가슴에 얹고 조용히 말했다. "칠수씨? 여기에 무슨 일이에요?"
칠수는 당황스럽지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몰러요. 우연이네유, 정말."
둘은 잠시 조용히 서 있다가, 서서히 산책로를 걸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얼굴에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칠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 지냈어요, 희진 씨?"
희진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덕분에 잘 지냈어요. 가끔은 칠수 씨 생각도 나더라고요." 희진이 웃었다.
칠수는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갑자기 헤어진 후 칠수는 어떻게 만나자고 할까 내심고민이었다.
칠수가 물었다. "지난번 엄니는 괜찮으셔 유?"
아 네... 치매가 좀 있으신데 지금은 많이 안정됐어요. 희진은 칠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칠수 씨는 여전히 따뜻하네요."라고 말했다. 칠수는 자신의 마음이 희진에게 향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아주길 바라고 있었다.
조금 후, 완수와 정희가 걸어왔고 정희는 희진을 보며 놀라며 말했다. " 어머! 희진아! 너 여기 웬일이니! 어머, 어머머" 정희와 희진은 서로 너무 놀란 채 기뻐서 손을 잡고 껑충껑충 뛰었다.
어머니 병원을 다녀온 희진이 불편한 마음을 달래려 카멜리아 힐을 찾은 것이었는데 오늘 칠수가 거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정희가 말했다. "오늘 여기 오자고 한 사람이 칠수씨야!" 정희가 희진을 바라보며 말했고 완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희진은 그 말에 놀라며 "어머 정말! 그거 참 우연이네"
칠수는 이 때다 싶어 놓치지 않고 말했다.
"희진 씨! 우덜이 이제 한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요?"
"그냥 한 이틀 같이 여행 헙시다."
잠시 후 희진이 콜을 크게 외쳤고 캠핑을 할 곳으로 희진이 먼저 앞장섰고 완수는 그 뒤를 따랐다.
차 안에서 정희가 말했다.
"저 두 사람 이상하게 운명적 만남 같지 않아요?
완수가 말했다.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두 차량은 바다를 옆에 두고 희진이 선택한 야영지로 신나게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