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깻각 주상절리
희진은 정희보다 훨씬 더 활기차고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희진의 밝고 씩씩한 모습은 차분하고 사려 깊은 정희와는 다른 매력이었다. 정희의 소개로 우연히 함께하게 된 이 여행에서, 희진은 언제나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늘 활발하게 주위 풍경을 즐겼다.
서귀포 주상절리에 도착하자, 희진은 자연스럽게 칠수와 짝을 이루어 절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마주치는 절경마다 감탄을 쏟아냈고, 희진은 틈틈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칠수에게 제주에 얽힌 이야기와 농담을 건넸다.
“칠수 씨, 이 주상절리가 참 멋있네요. 이 돌들이 마치 바다에서 쭉쭉 솟아난 것 같지 않아요?” 희진이 활기차게 묻자, 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그렇죠.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이 만든 걸작이죠.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칠수는 희진의 열정에 살짝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속내를 깊이 드러내지 않던 칠수였지만, 희진의 활발한 에너지가 그에게도 스며드는 듯했다.
멀찍이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완수는 옆에 있는 정희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저 두 사람,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정희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칠수 씨도 저렇게 편안하게 웃는 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요. 희진 씨가 참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나 봐요.”
네 사람은 주상절리를 내려다보며 각자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겼지만, 특히 칠수는 잊고 있던 설렘을 오랜만에 되찾은 듯했다.
아무 말 없이 경치만 구경하던 완수가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칠수가... 칠수 같지가 않구먼. 저 놈이 뭔가에 홀린 게 분명혀!”
그 말에 옆에서 웃음을 참던 정희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자, 칠수는 문득 정색을 하며 돌아섰다. “아... 내가 뭐 홀렸다고 그랴! 허튼 소리 하지 말고, 나도 그냥 경치 감상하고 있는 거여.”
칠수의 그 말에 완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장난스럽게 다가섰다. “에이, 그 경치가 제주도 바다 경치만은 아닌 거 같던디.”
칠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슬쩍 시선을 주상절리 너머로 돌렸다. 말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제주도 바다만큼이나 깊은 무언가가 담겨 있는 듯했다. 푸르른 파도가 잔잔히 밀려와 돌기둥을 감싸듯, 그 순간 칠수의 마음속에 희진이란 이름이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정희는 완수를 슬쩍 밀치며 말했다. “그만 놀려요. 저런 모습 보니까 칠수 씨도 참 새로운 느낌이네요.”
“글쎄, 이 놈도 마음에 바람이 살살 드는가 보네,” 완수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자신도 오랜 친구인 칠수의 그 미묘한 변화를 내심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다.
칠수가 희진을 바라보며 말한다. " 참 좋쥬? "
희진이가 대답한다. " 네...참 좋네요..저도"
칠수가 말한다. "같이 있으니께" 그리고 호탕하게 웃는다.
희진이도 그 말과 농담이 좋아서 같이 웃고 있고 완수와 정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며 행복해 한다.
주상절리 근처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하고 저녁 준비를 했다. 희진이가 한 두 번 전화를 하니 음식재료가 1 시간 내에 우리가 있는 곳으로 배달 되었다. 희진은 제주 삶이었다. 그 덕에 그들은 옥돔, 돌돔회, 성게 미역국, 제주 흑돼지 삼겹살등 아주 푸짐한 식사를 했다.
식사 후 그들은 여지 없이 맥주와 막걸리와 소주와 와인과 등등의 술을 마시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희진이 자시느이 차에서 기타를 꺼내왔다. 네 친구는 환호성을 질렀고 희진은 기타를 잡고 잠시 분위기를 잡으며 호흡을 하더니 노래를 시작했다.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길은
서산에 해가지면 멈추지만
마음의 님을 따라 가고있는 나의길은
꿈으로 이어진 영원한 길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방랑자여 방랑자여 노래를 불러라
오늘은 비록 눈물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먼 훗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라
노래가 끝나자 모닥불의 나무 타는 소리와 바다 파도 소리와 함께 하늘엔 별들이 총총 거리며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