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주상절리에서 멋진 저녁을 보낸 네 사람은 좁지만 포근한 캠핑카 안에서 함께 잠을 청했다. 밤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와 잔잔한 파도 소리가 배경이 되어, 캠핑카는 마치 오랜 친구들만의 작은 은신처 같았다. 칠수는 잠자리에 들면서도 아직 설레는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 제주에서의 만남으로 희진과 새로운 인연을 시작한 그는, 그 순간이 더없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캠핑카 안으로 따뜻한 햇살이 비쳐들었다. 서귀포의 바다와 한라산이 한눈에 담긴 풍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완수는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떠날 시간이네. 계획했던 일주일이 다 되었네."
그의 말에 차 안은 잠시 침묵에 잠겼다. 이때 희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인생이 다 그런 것 같아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고, 이별이 있으면 또 새로운 만남이 있고…"
희진의 말에 칠수는 갑자기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별이라니유? 지는요, 이번 여행 끝나도 계속 제주에 올 거라니께유!" 모두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간단한 아침 식사 후, 네 사람은 이제 떠날 채비를 마치고 항구로 향했다. 제주 바다와 마지막 작별을 나누며 완수는 캠핑카의 운전대를 잡고, 정희가 옆자리에 앉아 고요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희진은 자신의 차를 몰며 칠수와 나란히 길을 달렸다. 제주와 이별하는 마음이 차 안에 흐르는 가운데, 칠수는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여기서 이 길을 함께 달리는 것도 참 색다르네유." 희진은 그의 옆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언젠가 제주가 또 우리를 부를지도 모르죠."
캠핑카 안에서는 정희가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떠나면, 또 언제 오게 될까?" 그러자 그녀의 손을 슬며시 잡은 완수가 부드럽게 답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을 거야. 이번처럼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말이지."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며 창밖에 멀어지는 바다를 다시 눈에 담았다.
항구에 도착해 네 사람은 차에서 내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짧았지만 진한 사랑과 우정을 공유한 순간들이 각자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었다. 칠수는 완수를 보며 씩 웃었고, 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칠수는 희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또 올게유! 나 보고 싶다고 비행기 타고 그러지 말어유. 그냥 째끔만 있다가 내가 다시 올게유."
희진은 웃으며 말했다. "에휴, 그럴 시간도 없시유… 돌아가면 24시간 노동이유… 엄청 바쁘구먼유." 그녀의 말에 네 사람은 서로에게 편안한 이별을 건넸다.
마지막 제주 바람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아쉬운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나눈 그들은 수속을 마치고 캠핑카를 배에 실었다. 떠나지 못한 희진은 여전히 항구에 남아 있었다. 칠수는 갑판으로 나와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는 이처럼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 완수가 다가와 말했다. "이눔아! 정신 차려? 비행기 타면 한 시간이여… 갔다가 또 언능 오면 되잖여?"
그 말에 칠수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정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당황해했다.
이렇게 세 친구의 제주 여행은 끝이 났고, 그들의 새로운 여정은 한반도 국토 대장정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