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이제 더 이상 서울 같지 않았다. 한때 빛나던 불빛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거리의 사람들은 그림자처럼 드문드문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때 번화했던 거리는 온통 적막과 공포에 잠식당했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은 모두를 압도했고, 도시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고요해졌다. 거리의 소음은 더 이상 없다. 그저 바람이 불고, 그 바람이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도시의 한 구석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거리의 최후의 숨결처럼 느껴졌다.
어떤 상점들은 먼지에 덮여 문을 열지 않았고, 다른 상점들은 금속 문을 내리고, 대형 쇼핑몰들조차 조용히 텅 비어 있었다. 간혹 몇몇 가게에서 들려오는 불빛이 멀리서 반짝일 뿐, 그곳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찾아오지 않게 된다. 길거리에 세운 광고판도 한때는 화려했던 상품을 자랑하던 문구들이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도 없이 계속해서 퇴색되어 가고 있다. 광고판 위에는 "이곳에서만 하는 특별 할인!"이라는 문구가 달려있지만, 그 문구조차 더 이상 의미가 없는 듯했다.
기호는 이제 그런 거리들을 매일 보며 운전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밤마다, 그는 텅 빈 서울을 누비고 있었다. 택시는 이제 단지 ‘생활 수단’이 되어버린 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고립된 존재처럼 이 도로 위에서만 떠돌았다. 그가 운전하는 택시는 그저 도시를 따라 조용히 지나갈 뿐이었다.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고, 불빛 없이 버려진 상점들만 반짝일 뿐이었다. 기호의 택시가 지나간 자리마다 남은 건 고요함, 고요함 속에서 풍기는 유령 같은 느낌뿐이었다.
기호는 주차된 차들 사이를 지나며, 택시 안의 기계적인 소리만을 들었다. 그가 마주치는 모든 것이 이제 무기력하게 느껴졌고, 고요한 공기 속에서 그는 점점 더 고독해지고 있었다. 거리에는 한두 명의 사람들이 어색하게 서 있거나, 서로 마주치는 것도 없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들의 발걸음은 일정하지 않으며, 마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방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택시 속에서 나는 음악도 점점 더 끊어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흐르는 소음처럼 느껴졌다. 그저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기호는 혼자서 이 거리를 떠돌았다.
서울의 번화가는 이제 아무런 활기를 띠지 않았다. 거기엔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지금은 텅 빈 공기만 가득하다. 붉은 신호등은 세차게 깜빡거리며 사람들이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신호를 보낸다. 길게 뻗은 도로는 누구도 걷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다. 대로의 한복판에 멈춰 선 택시 안에서 기호는 길고 허전한 생각을 했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자꾸만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더 이상 그저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이 고요한 도시에서 아무런 방향도 없이 떠도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교차로를 지나갈 때마다 기호는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멀리 보이는 빛을 보았다. 그것은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던 중심지의 상점들이었고, 그곳에 있던 불빛들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불빛들도 오래된 가로등처럼 희미하게 빛을 내며, 다시 불빛을 밝히지 못한 채 시간 속에 갇혀 있었다. 거리의 벤치에도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고, 지나가는 버스는 몇 대뿐이었다. 그마저도 무거운 침묵 속에서 길을 따라 흘러갔다.
도시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차갑고 삭막했다. 거리마다 붙어 있는 광고판과 방역 지침은 이제 더 이상 따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방역을 철저히!"라는 문구가 지나가는 차들에 의해 바람에 흩날리지만, 그것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주지 않는 소리였다.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멈춘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든 것이 변하지 않는 채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기호는 계속해서 운전하며, 기계적으로 신호를 따라갔다. 바람이 불고, 간혹 다른 차들이 지나가지만, 그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도로 위에서 들리는 바퀴 소리마저 조용하게 메아리치고, 기호의 마음속엔 온통 공허함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길을 달려도, 어느 곳에 가도 이 고요함은 여전히 기호를 감싸고 있었다. 택시는 계속해서 서울의 거리를 지나갔지만, 그곳에서 기호가 느끼는 것은 점점 더 깊어지는 외로움과 고립감뿐이었다.
서울은 이제 사람의 자취조차 남지 않게 되어버린, 그저 텅 빈 공간처럼 느껴졌다. 기호는 자신이 이제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이곳에서 멈춰버린 시간을 지나가는 것뿐인지를 생각했다. 동시에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를 빨리 세상에서 끝내 달라는 마음으로 디 퍼플의 하이웨이 스타를 더 크게 틀었다.
잠시 택시를 세우고 그는 기타를 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감고 손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