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AND PEACE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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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멤버 결성

by 이문웅 Jan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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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는 신림동의 좁고 오래된 옥탑방에서 한낮의 햇볕이 창문 틈새로 비치는 가운데, 침대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방은 그다지 넓지 않았지만 기호는 그곳에서만큼은 평온함을 느꼈다. 방 한쪽에 작은 책상이 놓여 있었고, 책상 위에는 한 두 권의 책과 미완성인 곡들이 적혀 있는 노트가 널브러져 있었다. 이 방의 분위기에는 언제나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 많았지만, 기호는 그럴 때마다 오히려 더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가 자주 들었던 음악, 그가 좋아하는 앨범들이 이어폰을 통해 그의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음... 오늘은 어떤 음악으로 시작해 볼까?" 기호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밴드를 결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멤버를 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그 꿈을 이루고 싶었지만, 현실은 결코 그리 쉽지 않았다.


며칠 전 기호는 나연을 만났고, 그녀와 함께 밴드를 결성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드러머를 찾는 일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드러머는 밴드의 리듬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만큼 찾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는 자주 그 문제를 떠올리며 고민하곤 했다.


그날도 기호는 침대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 순간, 휴대폰 화면이 갑자기 밝아지며 벨소리가 울렸다. 기호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화면에 뜬 번호를 살폈다. 모르는 번호였다. 잠시 고민하던 기호는 전화기를 꺼내며 궁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보세요?” 기호는 다소 무심하게 전화받았다. 누군지 모르니 적당히 차분한 목소리를 유지하려 했지만, 괜히 긴장이 묻어났다.


“아저씨, 저 나연이에요!” 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호는 그 목소리에서 어딘가 반가운 느낌을 받았다. 나연과는 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고, 그때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나연 씨! 잘 지냈어요?” 기호는 무심하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랜만에 듣는 나연의 목소리였다.


“네, 아저씨! 그런데요, 멤버 다 구해졌어요?” 나연은 기호에게 궁금한 듯 묻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기호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멤버를 구하는 일이 그토록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기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천천히 답했다. “아직 다 구해지진 않았어요. 하지만 드러머만 있으면 될 텐데...”


그 말을 들은 나연은 곧바로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 기호의 예상보다 훨씬 더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럼, 저희하고 같이 하던 드러머 재민이가 같이 하겠대요!”


기호는 그 순간, 마치 그의 눈앞에 꿈에 그리던 드러머가 나타난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토록 고민해 온 문제였기 때문에, 재민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그의 마음은 저절로 기쁨으로 넘쳤다. “정말요? 그럼 재민 씨도 함께 한다는 거예요?”


“네, 아저씨! 재민이도 정말 좋다고 했어요. 이제 다 준비된 거 같아요!” 나연은 마치 기호의 기쁨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기호는 그 말에 두 손을 주먹 쥐고는 하늘을 향해 큰 숨을 내쉬었다. 마치 그동안의 고통과 기다림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기호는 잠시 후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쥔 채로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너무 기뻐서 할 말을 잃었다.


“드디어… 드디어 다 모였구나,” 기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동안의 고민이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는 어깨를 가볍게 풀며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방 안의 작은 공간이지만, 이제 그는 그곳에서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밴드가 결성되고, 이 음악이 무엇으로 변할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이뤄나갈지.


“이제 시작이군,” 기호는 다시 한번 중얼거리며, 새로 시작될 밴드의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그의 마음은 벌써 그때부터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전화를 들고 나연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이라도 괜찮아요. 우리 다 같이 만나서 얘기해 봅시다.”


나연은 기호의 목소리에서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네, 아저씨! 내일 뵙겠습니다. 기대돼요!” 나연은 기호의 기쁜 목소리를 들으며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기호는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동안의 모든 고민이 이제는 행복한 기대감으로 바뀐 것 같았다.


기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도시의 불빛들이 어슴푸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흐렸지만, 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출발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 기호는 다시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내일 만날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나아갈 길을 상상했다.


 이제 그는 두려움보다는 희망과 기대감에 차 있었다. 밴드가 진짜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길은 앞으로 기호와 그의 새로운 친구들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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