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BAND PEACE 18화
라이킷 35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8. 합숙 연습실

by 이문웅 Jan 06. 2025

홍대 근처, 외관은 평범한 건물이었지만 그 안에 들어서자마자, 멤버들은 자신들이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섰음을 깨달았다. 로비는 대리석 바닥과 벽을 따라 섬세하게 설치된 간접 조명으로 채워져 있었다. 벽에는 음악적 감각을 자극하는 아트워크와 함께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장식품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공간 전체가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가 우리가 앞으로 연습하고 작업할 곳이라고?” 나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로비를 둘러봤다.

“진짜 장난 아니네...” 재민은 손끝으로 대리석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경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들이 로비를 지나 본격적인 작업 공간으로 들어섰을 때, 멤버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믹싱 콘솔은 세계 최고 수준의 SSL Duality Fuse였다. 이 장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완벽히 결합해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프로듀싱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도 이곳에 서면 자신이 프로처럼 느껴질 정도로 장엄한 장비였다.

그 옆으로는 독립된 녹음 부스가 보였다. 방음이 완벽하게 이루어진 벽과 내부를 채운 흡음재 덕분에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 세상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부스 중앙에는 Neumann U87 마이크가 우뚝 서 있었다. 이 마이크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장비로, 미세한 숨소리까지 섬세하게 잡아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와... 저게 바로 U87이라는 거구나. 내가 이런 걸 직접 사용할 날이 올 줄이야.” 미나는 마이크를 바라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쪽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와 함께 Pro Tools HD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화면에는 Logic Pro와 Ableton Live 같은 소프트웨어도 함께 띄워져 있었다. 화면을 본 재민은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여긴 그냥 프로들 작업실인데요? Waves 풀 패키지에, Native Instruments까지 다 깔려 있잖아.”

작업실 한쪽에는 전자 음악을 위한 다양한 기기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Moog Sub 37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Roland Fantom-8 신디사이저, 그리고 Novation Launchpad Pro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미나는 Roland Fantom-8의 키를 살짝 눌러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건반 터치감이 미쳤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이 부드러움... 나 여기서 살고 싶어.”

녹음실 옆에는 라운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치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처럼 꾸며진 이 공간은 멤버들의 작업 중간중간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다. 널찍한 가죽 소파와 중앙의 대리석 테이블, 벽에는 초대형 OLED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TV 옆으로는 Bose의 최신 서라운드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어 음악 감상용으로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한쪽에는 미니 바와 커피머신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자동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부터 라떼까지 다양한 음료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었다. 미나는 커피머신 앞에 서서 설명서를 살피며 말했다.
“이건 뭐, 커피숍 따로 안 가도 되겠는데?”

라운지 한쪽에는 조리시설도 마련되어 있었다. 간단한 요리부터 정찬까지 가능할 정도의 시설이었고, 옆에 놓인 냉장고는 이미 다양한 음료와 스낵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정도 시설이면... 우리 그냥 여기서 살아도 되겠어.” 나연이 농담처럼 말하며 소파에 몸을 기대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단순한 연습을 넘어 음악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시간이었다. 멤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 라운지에서 간단히 커피를 마신 후 녹음실로 들어가 연습을 시작했다.

기호는 기타를 들고 하루 종일 새로운 리프를 만들거나 기존 곡의 편곡을 수정했다. 그는 Gibson Custom Les Paul을 들고 “여기선 정말 음악을 할 수 있겠군”이라며 연습에 몰두했다. 라운지에서 쉬던 나연이 그의 연주를 들으며 말했다.
“재민아, 너 지금 만든 리프 진짜 좋다. 이거 우리 타이틀곡에 넣어도 될 것 같아.”

수현은 베이스 앞에서 연습에 집중했다. 매일같이 새로운 톤을 실험하며, Pro Tools로 자신의 목소리와 베이스를 섞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그가 만든 베이스 라인은 점점 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음향을 만들어냈다.

나연은 보컬에 몰두했다. 매일 아침, 그녀는 녹음 부스 안에서 마이크 앞에 서서 발음을 체크하고 발음의 디테일을 다듬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이건 정말 나만의 소리야”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미나는 신디사이저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Roland Fantom-8을 다루며 다양한 사운드를 실험했고, 그녀의 손끝에서 나오는 멜로디는 점점 곡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 멜로디, 저녁에 다듬어 보자”며 제이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했다.

재민은 드럼 세트 앞에 앉아 한없이 연습에 몰입했다. 그의 드럼 소리는 공간을 가득 채우며, 곡의 리듬을 잡아주었다. 때때로 미나가 그의 리듬을 따라가며 신디사이저를 다루기도 했다.

저녁이 되면, 멤버들은 라운지에 모여 자신들의 음악을 들으며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때로는 미니 바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들고, 각자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멤버들에게 단순한 연습 그 이상이었다. 최고급 장비와 환경 덕분에, 그리고 서로의 에너지와 열정이 더해져 그들은 하루하루 성장해갔다. 이제 한 달 후의 예선 무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곳에서 함께 보낼 시간이, 그리고 여기서 만들어질 음악이 그들의 첫 발걸음을 빛나게 해줄 것이라는 확신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이전 17화 17. 신경준의 계획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