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피스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주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기성곡을 연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곡을 시도하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특히 기호의 기타 애드리브는 테크닉과 감각 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호는 화려한 속주기법에 실증을 느낀 상태였고, 자신의 영혼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음악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나연의 목소리 또한 피스의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셀린 디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웅장하고 서사적이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단순히 듣는 이들을 감동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영혼 깊은 곳까지 울리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모든 멤버들이 새로운 곡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어느 날, 재민이 갑작스레 소리쳤다.
"자! 이제 다 됐다!"
그의 외침에 멤버들은 잠시 멈춰서 그를 바라봤지만, 재민의 독특한 성격을 아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모두 다시 각자의 작업으로 돌아가려던 그때, 스피커를 통해 재민이 만든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곡은 단순히 잘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멤버들을 멈추게 만들 만큼 강렬하고 독창적인 사운드였다. 재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공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보컬 트랙을 곡에 삽입했다고 설명했다. 그 음악은 방 안의 모든 이들을 사로잡았다.
수현이 물었다.
"곡 제목이 뭐야?"
재민이 대답했다.
"Rewind."
나연이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가사는 무슨 의미야?"
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선 다 들어봐."
재민은 미나에게도 이 곡의 파일을 보냈다. 당시 미나는 오랜만에 아이를 보러 갔던 터라 한참 아이와 놀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도, 재민이 보낸 곡을 재생해 들었다.
잠시 후 기호가 다가왔다. 그리고 엠프에 기타를 꽂았다.
재민아!
곡 다시 틀어봐
잠시 후 곡이 흘러나왔고 나오는 곡에 얹어서 기타가 트윈으로 연주되는 순간 제이미 피디가 박실장과 함께 들어왔다. 사실 바깥에서 들어오면서 가늘게 들리는 음악에 놀라며 들어온 것이었다.
이 곡 뭐예요?
제이미가 말했다.
멤버들은 대꾸도 하지 않고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수현이는 베이스를 나연은 재민에게 가사 줘봐라고 말했다.
가사는 아직 대강이야! 재민의 말에 나연은 음악을 들으며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순간 제이미가 노트북을 꺼낸다. 그리고 무언의 작업을 한 후 가사를 내어 놓는다.
한편 집에서 곡을 듣던 미나도 곡이 마음에 들어 재민에게 전화를 했지만 재민이가 멤버들과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라 연결이 안 되었다.
미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가봐야겠는데?
곡이 나왔나 봐!
엄마는 기쁜 마음에 어서 가보라며 미나를 보낸다.
수현의 베이스 라인이 보강되고 재민이 드럼을 치며 여기저기 곡을 수정하고 있을 때 미나가 급하게 들어왔다.
미나는 아무 말 없이 건반 자리로 가서 곡에 맞는 톤을 찾기 시작했다.
제이미가 나연에게 준 가사는 이랬다.
We said things we can’t take back,
Now we're lost in the aftermath.
Used to laugh, used to dream,
Now we’re stuck in this silent scheme.
I remember when it felt so right,
We were dancing through the night.
But now I’m standing here alone,
Don’t know how to find my way home.
I just wanna say, let’s rewind,
Back to the days when our hearts aligned.
But I'm caught up in the words we’ve said,
Frozen in the silence we’ve made in our heads.
What if we never find the way?
I wanna fix this, but I don’t know what to say.
The love we had, it’s still inside,
But I’m scared to speak, scared to fight.
You’re a stranger, but you’re still mine,
I’m holding on, but I’m out of time.
We were everything, now we’re just space,
Trying to fix what we can’t replace.
I keep thinking 'bout the good we knew,
But I’m stuck on what we both went through.
I wanna make it right, take your hand,
But I’m scared you won’t understand.
I just wanna say, let’s rewind,
Back to the days when our hearts aligned.
But I'm caught up in the words we’ve said,
Frozen in the silence we’ve made in our heads.
What if we never find the way?
I wanna fix this, but I don’t know what to say.
The love we had, it’s still inside,
But I’m scared to speak, scared to fight.
Can we drop the pride, let it slide?
I know we’ve both been hurt inside.
But if I reach out, would you let me in?
Or is this where we end, again?
I just wanna say, let’s rewind,
Back to the days when our hearts aligned.
But I'm caught up in the words we’ve said,
Frozen in the silence we’ve made in our heads.
What if we never find the way?
I wanna fix this, but I don’t know what to say.
The love we had, it’s still inside,
But I’m scared to speak, scared to fight.
Can we go back? Can we rewind?
Or is this the end, left behind?
"제목은 굳이 한국말로 하면 돌아가고 싶어라는 의미이고요"
"요약하면 사랑이 깨질 위기에 처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했던 말과 상처로 인해 멀어진 상황에서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만, "
"자존심과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며,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랑을 느끼면서도 이를 표현하기 망설이고 있는 사람을 표현했지만 결구 인간은 누구나 행복했던 순간이 있고 그런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가사예요."
제이미의 말이 끝나자 재민은 "어쩜 내 이름하고도 비슷하지만 내 생각까지!"
"난 좋아요." 제민이가 신나서 말했다.
나연은 자기가 하던 작업을 슬며시 찢고는 "가사 주세요!"
라고 말했다.
수현이가 말했다. "전체적으로 섹션을 맞춰보고 나연이 키에 맞춰보자고"
신곡 rewind 완성을 위한 회의가 시작되었다.
밴드피스의 첫 번째 곡
멤버들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고 그들은 언제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모니터실에서 지켜보는 신경준이 미소를 지으며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담배 한 대를 피워 물고는..
내가 제대로 보긴 봤지. 라며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경준의 얼굴엔 온통 웃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