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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란 무엇인가?

by 이문웅

교육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단순히 학교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학생들은 이를 암기한 뒤 시험을 치르고, 평가를 통해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일반적인 교육의 과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과연 교육의 본질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는가?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며, 사회 속에서 적응하고 기여하는 방법을 익히는 종합적인 과정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유아는 부모의 언어를 모방하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세상을 이해해 나간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규칙을 익히고, 실수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간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루어지지만, 현대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런 본질적인 배움의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의 교육은 지나치게 시험과 평가에 의존하며, 배움이 실제 삶과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주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야 한다. 배움이란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이루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존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육은 시대에 따라 그 목적과 방식이 변화해왔다. 인류의 초기 사회에서는 교육이 생존과 직결되었다. 원시 사회에서 인간은 불을 피우는 법, 사냥하는 기술, 독이 있는 식물을 구별하는 능력을 배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다. 당시 교육은 형식적인 학교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배움이었다. 부모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기술을 가르쳤으며, 배움은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 과정이었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교육의 목적은 단순한 생존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유지하고 문화를 전수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유교 교육에서는 공자가 교육을 통해 개인의 도덕성을 함양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강조했으며, 고대 그리스에서는 플라톤의 ‘아카데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에서 철학, 수사학, 논리학 등을 가르치며 시민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교육의 목적은 또다시 변화했다. 대량 생산 체제가 등장하면서, 교육은 노동 시장에 필요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각국 정부는 의무 교육을 통해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자를 양성했으며,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시험 제도를 도입하여 모든 학생이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시험을 통해 평가받는 체제를 확립했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 목표가 되었으며, 개인의 창의성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은 고려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OECD 보고서(2023)에 따르면, 전 세계 80% 이상의 공교육 시스템이 여전히 산업혁명 시대에 설계된 표준화된 교육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존 교육 방식이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교육 시스템은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시험 중심 교육이 이루어지면서 학생들은 점수를 높이기 위해 공부하지만, 배운 것이 실제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배우지만, 금융 관리를 할 줄 모르고, 과학을 배우지만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며, 역사를 배우지만 사회 변화와 연결하지 못한다.


경쟁 중심의 교육 구조도 문제다. 학생들은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 성장한다. 교육이 협력이 아니라 경쟁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학생들은 서로를 돕기보다 이기려고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사고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경로를 따라가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사회에 나가서도 독창적인 사고를 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실제 사회와의 단절도 큰 문제다.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는 졸업생들에게 다시 직무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생들은 학문적 지식과 실무 경험 사이의 격차를 크게 느끼게 된다.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지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교육 기회가 제한된다. 핀란드는 2000년대 이후 경쟁 중심의 교육을 탈피하고, 창의적 학습과 협력 중심 교육 모델을 도입하여 세계 최고의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한국, 일본 등은 여전히 입시 경쟁과 점수 중심 교육이 지속되고 있어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학습 효율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기여자본주의 교육에서는 기존의 교육 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학생이 배운 것이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시험 점수가 아니라, 실제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해야 한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평생 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교, 기업, 지역 사회가 함께 교육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여자본주의 교육은 배움을 단순한 경쟁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성장과 사회적 기여를 동시에 실현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기존 교육이 점수와 시험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기여자본주의에서는 배움이 실제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배운 것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배움은 우리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기여자본주의 교육은 기존의 교육 시스템을 뛰어넘어, 배움과 기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 교육이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했다면, 기여자본주의에서는 '내가 배우는 것이 나와 사회에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삼는다.


이제 우리는 교육을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인간을 만들고, 더 나은 사회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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