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참 많은 걸 붙잡고 산다.
사람을 붙잡고,
과거를 붙잡고,
어쩌다 흘러간 시간을 붙잡고,
끝내 잡히지 않는 걸 붙잡고 살아간다.
그게 결국 미련이다.
미련은 처음엔 따뜻하다.
잊지 않으려는 마음,
끝까지 애쓰는 마음 같아서
마치 그것이 진심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미련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다.
미련은 결국
내 발목을 붙잡는 자기 연민이다.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고,
더 가벼워지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를 가장 무겁게 만드는 게
자기 연민이다.
플라톤은 ‘좋음’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성을 말했다.
그 좋은 것을 놓아버리는 일이
인간에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면서도 진짜 자유는
그 놓아버림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미련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
살다 보면,
끝난 것을 끝내지 못하고,
떠난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이미 흘러간 시간을 돌려보려 애쓴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럴수록 더 고여버리고,
그 고임이 결국 내 안을 썩게 만든다.
헤겔은 말했다.
“진보는 부정에서 시작된다.”
붙잡고 있는 걸 부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다음으로 갈 수 있다.
미련을 내려놓는 건
부정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사랑했음을
온전히 인정하는 일이다.
나는 요즘,
미련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
쉽진 않다.
아직도 가끔 마음이 돌아서고,
가끔 혼잣말을 하게 되고,
그럴 때면
내 안의 미련이 아직 남아있음을 느낀다.
그래도 다시 다짐한다.
더 가벼워지기 위해,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는
미련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
미련을 다 버릴 순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이기에,
사랑했기에,
바랐기에,
조금의 미련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미련이 내 삶을 붙잡는 자기 연민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조금씩,
조금씩,
손을 놓는 법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