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

그대 항해의 순풍

by 광규김

[시작점]

믿음. 믿음은 시작점이다. 어떤 관계와 도전에서도 믿음이 없다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의 믿음의 있어야만 소리 없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는 시간 속을 걸어가려면 과거로부터 비롯된, 그러나 언제나 미래의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 믿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 믿음은 가능성이며,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내포한 결과물 그 자체를 말한다.


그것은 종교적 의지와 묵시적 미래를 얘기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평 험한 이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종교가 아닌 인생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반석]

가령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에도 안심하고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것은 둘 사이에 있는 믿음의 건전함에 비례한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대한 증거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동시간대의 다른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의 가장 큰 효용은 미래에 대한 것에 있다. 미래는 소망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며 소망이 있게 하는 반석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인격인 믿음이란 토대 위에 세워진다. 모든 인격은 선천적으로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 사람과 타자와의 관계는 불가분적 관계에 놓여있다. 때로는 자신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던져줄 수 있는 이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타자와의 관계성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고 정의하려 하기 때문에 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게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며, 자존감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선한 영향을 주는 이들은 대개 타자에 대한 믿음의 토대 위에 세워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아니 그런 이들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한 사람]

자신의 가치를 믿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숫한 경험 속 좌절이 그들의 마음을 넘어지게 한다. 그들은 그 안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헤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한 상담사 선생님께 내가 들은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은 잘못된 게 아닙니다. 단지 너무 아파서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에요.”


나에 대한 믿음이 아픈 나의 자아를 완전히 바꾸는 순간이었다. 점진적으로 나는 내 마음속 가장 깊은 바닥부터 쌓아갈 반석의 초석을 놓았다. 믿음은 모래 위의 성과 같이 허망하게 무너질 때가 있다. 그러나 사랑이 담긴 믿음 위에 세워진 등대는 거친 파도와 태풍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잠잠히 그 자리를 지키며 바다 위를 지나는 배들의 빛이 되어줄 것이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은 가슴 설레고 짜릿한 일이다. 그리고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긴다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인격의 이정표가 된다. 내가 어디에 가던지 돌아올 수 있고, 어디에 있던지 바른 길로 갈 수 있음은 사람의 마음속에 언제나 있어온 믿음이란 것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대는 언제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믿지 못하는 순간에서도 당신은 언제고 사랑을 받아왔다. 세상이 그대의 호흡을 돕고 그대의 삶이 여전히 혼자서는 이뤄질 수 없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면 이젠 조금은 그 세상을 믿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다. 무엇이라도 언제고 배신할 수 있는 아픔 가득한 세상에서 이런 말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대의 앞길은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나는 그대의 결심을 믿는다. 그대가 가고자 하는 길이 선하고 옳은 길이라면 올곧게 걸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대는 여전히 믿음 가운데 있다. 누군가 그대의 등을 미는 순풍이 되어 그대의 마음이 가는 방향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믿음이 그대 항해의 순풍이 되어주리라. 그러니 그렇게 가면 된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 그대는 그렇게 가면 된다. 믿음이 그대 존재의 증거가 될지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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