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은 가라앉는 것

소망의 닻

by 광규김

소망의 닻을 내리라고 한다. 언제나 있어온 믿음과 사랑이란 벗들과 함께 소망은 우리의 마음속에 가라앉는다. 조용히 침잠하여 소망은 가장 깊은 바닥에 닿는다. 그래야만 그대가 버틸 수 있고, 그래야만 그대가 머물 수 있고, 그래야만 그대가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망은 그대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망을 닻이라 말한다. 소망은 진실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망을 품은 이들은 언제나 안정감 있게 보인다. 소망의 일이 그것이다. 소망을 애써 드러내 보여주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이 자신의 소망이라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 소망이 밖으로 나있으면 작은 바람에도 버티지 못하고 그 무거운 마음을 내던지듯 버려놓게 된다.


그러니 그대가 소망을 붙잡고 있지 말고 소망이 그대를 붙잡게 두어야 한다. 소망이 저 몰아치는 풍랑 아래로 완전히 잠겨야 한다. 그 광경을 보여 더러는 소망을 잃었다며 망연하게 있겠지만 소망을 바다 아래로 던진 사람은 알고 있다. 소망은 쓸려내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알 수도 없이 변하며 끌고 가려는 바다와 바람에 맞서 내가 올바른 곳에 서있을 수 있게 언제나 내려간 그 자리에서 버티며 잡아준다.


때로는 바다가 너무 잠잠해서 완전히 버려진 것 같다고 느낄 때 소망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순풍을 타고서 그대의 길로 떠날 때 내려둔 소망을 끌어올려 가슴에 품고서 떠날 그날을 기다린다. 소망은 한참을 기다리는 마음이고 기다리고 기다려서야 마침내 품에 안길 그런 마음이다.


그대가 정박한 항구에서 그대를 기다리며, 그대를 뒤집으려는 폭풍으로부터 그대를 잡아준다. 소망은 그렇게 그대의 여정이 사랑을 향해 맞닿을 수 있도록 소리 없이 그대를 돕는 손길이다. 그대를 놓치지 않으며, 그대가 볼 수 없는 깊은 어딘가에서 그대를 잠잠히 기뻐한다. 그대의 이름이 오늘 하루를 지나갈 수 있도록 시간의 험한 파도를 흘려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
- 히브리서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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