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Turistas manden; peregrinos agradecen)"
정말로 그렇습니다. 등산객이 머문 산봉우리와 낚시꾼이 머문 바닷가는 유독 지저분합니다. 다른 의미로는 훼손이 되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가 가만히 보면 그들의 특징은 목적을 가지고 찾아와소 즐기고 갔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산이 목적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 산을 타고, 바다가 목적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거나 놀고 싶기 때문이지요.
인간은 놀이하는 존재(Homo Ludens)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티끌로 빚어진 인간은 “경작하는 존재”였습니다. 그 자리에 생명이 충만하도록 질서와 자유를 부여하는게 인간의 본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를 비롯한 어느 공동체를 가도 이는 비슷합니다. 놀러 나온 사람, 말상대 찾는 사람, 말씀 들으러 온 사람, 예배 드리러 온 사람…
어째 틀리다 말하기도 그렇지만 그들이 머문 자리는 어째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 공동체가 세워지거나, 든든해지거나, 그 자리에 사랑의 흔적이 채워지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개척교회던지 대형교회던지 이런 사람은 예외 없이 찾아옵니다. 대부분 그런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몸”은 더이상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된 것일까요? 저는 때때로 눈을 감고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취미생활처럼 교회에 나오는 사람도, 자랑하듯이 통독하는 사람도, 잘난체하듯 복음을 운운하는 사람도 진절머리가 나서 견디기 어려운 날도 있었습니다.
똑같이 머물렀다 떠날 우리들인데 말이지요…
나그네와 순례자는 동일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순례자는 나그네다 (Peregrinus peregrinus est)”
우리가 그리스도의 향기가 어슴푸레 남아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스도가 목적으로 삼은 모두가 서로를 목적으로 삼기를. 목적을 사랑으로 치환하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교회가 되기를. 바라고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