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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월령 Sep 14. 2023

변화의 시작


돈 잘 버는 작곡가는 없다

#5 변화의 시작


< 신기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딱 1분 전에 눈이 떠졌다. >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불면증과도 맞닿아있다. 오랜 기간, 거의 반년 가까이 하루의 패턴이 뒤틀린 채로 생활한 나머지 새벽 여섯 시쯤 잠들어 오후 세 시에 일어나는 지경까지 와버렸다.


2023년 새해를 맞이하고 2주 정도가 지났을 때쯤 여느 때와 같이 자고 일어나 창밖을 봤다. 놀랍게도 이미 해가 져 있는 것이다. "아, 더 이상 이러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 개념이 무너져 버렸다. 일어나자마자 마주한 어두운 하늘을 보며 그제야 자각했다고 해야 하나.  몸, 정신할 것 없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근래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수면 의학 책을 급하게 다시 열었다. 그 책은 마치 누군가 준비해 둔 것처럼 옆에 있었으니 아마도 나는 오래전부터 수면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으리라. 추천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눈에 띈 것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이다. 간단히 말해 취침 시각이나 총 수면 시간과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생활 패턴이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는 나에게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1. 일정하게 아침 10시에 일어나(나에게는 새벽 6시와 같은 시간이다) 커튼을 열어 햇볕을 쬐기.

   2. 일어나서 바로 굳은 몸을 스트레칭하고 식사 후 작업하기.

   3. 나갈 일이 없다고 집에만 앉아 있다간 우울증에 걸릴 것 같으니 주에 두세 번은 조금 거리가 있는 카페에 걸어가 책을 읽거나 쓰기.


   그렇게 마음먹은 첫날, 정말 오랜만에 10시 기상에 성공했다. 마치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신기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전 9시 59분에 기적같이 눈이 떠졌다. 일어나 바로 커튼을 열고 스트레칭도 하고 샐러드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챙겨 먹었다. 어떨 땐 잠들던 시간에 일어나니 어색하기도 하고 적응이 잘 안 됐지만 왠지 기운이 넘치는 느낌이었다. (제발, 이 기분이 오래가길 바란다.)


오후까지 작업을 하다가 지루해질 때쯤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연남동에 있는 카페 <비공간>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카페이기도 하고 지도에 검색하니 마침 집에서부터 걸어서 35분 정도 걸려 하루 운동량으로는 딱 좋은 거리였다. (비공간은 EP 앨범 Heart rate의 공연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익숙한 동네를 지나 홍제천 산책길을 따라 걸어가던 중 중년의 아저씨를 마주쳤다. 목적지를 설정하고 걸을 땐 주위를 잘 안 보는 성격인데 다가오는 그 아저씨가 이상하게 눈에 띄었다. 산책길에서 마주친 아저씨는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모습이었다. 몇 년 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듯. 복권이라도 당첨되셨나? 무엇을 보고 그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지 궁금해서 뒤를 돌아봤다. 맞은편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의아하다가도 왠지 오늘 마주한 변화를 통해 앞으로 막연히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변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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