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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월령 Sep 14. 2023

첫 수익 7,000원


돈 잘 버는 작곡가는 없다

#4 첫 수익 7,000원


< 아.. 음악으로 돈 버는 일이 쉽지 않구나. >



        내가 처음 앨범을 낸 것은 2017년 8월, 대학에 다니고 있던 시절이다. 의외로 전공은 음악 쪽이 아니라 일본어였다. 영어를 엄청 못해서 영어를 배우지 않는, 솔직히 말하면 적당히 놀러 갈 만한 학과를 골랐다. 1년을 늦게 입학을 한 데다가 1학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군대에 다녀와서 친구라곤 없었고 분명 놀러 갔던 대학에서 거의 공부만 하다 졸업했다. 술 마시고 박수 치고 노는 등의 작위적이고 시끄러운 분위기를 정말 싫어해서 누군가 놀자 해도 항상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끝나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그랬다.


입학 때 일본어라곤 히라가나도 잘 모르던 내가 복학 후인 1학년 2학기엔 거의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며 JLPT 2급을 합격했다. 동시에 졸업 과정인 1급을 공부하고 있었으니 당시엔 피아노가 아니라 일본어에 꽂혀서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첫 앨범 작업 도중에 작업 파일들이 통째로 날아가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 시절부터 작곡했던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보자 마음먹고 몇 달간 시간을 쪼개 작업 중이었다. 대학에 다니던 시기엔 영등포에 있는 옥탑방에서 아빠와 함께 살았었다. 본가에서 통학하기엔 너무 멀고 또 자취할 돈은 없었다.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집은 낡은 연립 꼭대기 층에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집에 돌아오면 손가락 한마디 반 만한 바퀴벌레가 집 안 벽에 붙어있는 그 집이 너무 싫었다. 제대로 된 장비와 책상도 없어서 음악 작업을 하기엔 참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생활비 대출로 산 노트북으로 어떻게든 작업을 이어나갔다.


노트북 사양에 비해 음악 편집 프로그램들이 무거운 탓인지 버벅거림이 심했다. 어느 날 한 번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작업물은 USB에 옮겨두고 포맷을 했다. 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 헬스장 갔다가 얼른 자야 해 운동을 가려던 중 아빠가 자기 컴퓨터도 정리해 줄 수 있냐 물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하지만 조금 짜증을 내면서 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지만 당시엔 시간 계획이 틀어지는 걸 정말 싫어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포맷을 마치고 신경질적으로 USB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운동을 다녀왔다. 돌아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인 것 같은데 왜 나한테 일어난 것일까. 아빠한테 마음씨를 곱게 쓰지 않아서일까. 하필 왜 그걸 주머니에 넣고 나갔을까? 주머니가 조금 얕은 탓이었을까.. 그 이후로 백업을 잘하자고 마음은 먹고 지내지만 요즘도 가끔 비슷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작업물이 전부 담겨있는 외장 하드에 물을 엎어버린다던가...


그 때문에 기존 곡들은 다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 것이 첫 정규앨범 'Moon'이다. 작업물이 사라진 덕분에 더 좋은 곡들이 나왔으니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차라리 잘됐다.


작곡, 앨범 소개, 자켓 등..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해서 유통사와 연락해 디지털 앨범을 내는 것은 벌써 27번째 앨범을 발매한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 쉽고 당연하다. 그러나 처음엔 참 모르는 것도 많고, 어렵고 설레었다.



   세 달 후 첫 정산을 받았는데 정산금은 칠천 원 정도였다. 그게 많은지 적은 지는 잘 모르겠고 음악으로 돈을 벌었다는 게 그저 신기했다. 최소 정산 금액이 삼만 원 이어서 계좌로 입금받진 못했다. 그래도 정산표에 찍혀있는 첫 수익이 뿌듯하기도, 조금 적다고도 느껴졌다.


후에 본가에 가서 엄마랑 누나한테 자랑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앨범 내고 첫 정산이 나왔다고. 얼마냐 물어봐 칠천 원이라 말하니 돌아온 건 비웃음이었다. 


"아유 많이 벌었네, 금방 부자 되겠네"


비웃은 건지 대견하다 칭찬한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때 나에겐 비웃음으로 느껴졌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적은 정산금 때문이었을까?


지금은 알고 있다. 무명 아티스트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앨범을 내서 첫 정산에 칠천 원이라는 수익을 내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믿기지 않겠지만 보통 처음에 천 원 받기도 어렵다고 한다. 첫 앨범을 낼 때 유튜브 구독자가 천 명 조금 넘는 상황이었으니 팬이 아예 없진 않아서 그 정도 성과라도 나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천 원이었으면 충격받고 음악을 포기하진 않았을까?


이후 몇 달간의 정산금은 첫 달 보다 점점 떨어져 갔는데 그때 느꼈다.

아.. 음악으로 돈 버는 일이 쉽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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