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
<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 >
요즘 시대에 이런 말을 해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대부분 반박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음악을 처음 시작하던 시기에 만든 곡들은 주로 네이버 카페에 업로드했었다. 이름은 기억이 정확히는 안 나지만 <피아노 악보와 영혼의 자유>라는, 지금은 카페가 통째로 팔려서 다른 이름이 되어버린 대형 피아노 커뮤니티다.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분인 [하은지]님도 그 카페에서 활동하셔서 처음 알게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작곡을 다섯 개, 여섯 개 정도 했을 때쯤 글 하나에 100개가 넘어가는 댓글이 달렸을 정도니 지금 생각하면 꽤나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 호응이 좋았다. 그 댓글들은 아쉽게도 카페가 바뀐 것을 확인하고 탈퇴하며 직접 글을 다 지워버려서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으로 꿈꿔왔던 진로를 음악으로 바꾸었을 정도로 고등학생인 나에겐 그 수많은 댓글들이 엄청난 자극과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재미로 한 건데 시작부터 그렇게 큰 관심을 받다 보니 내가 제법 대단한 것 같고, 뭐가 된 것 같고 그랬다.
그래서인지 안 좋은 의견의 댓글이 달리면 부정하기 바빴다. '다른 곡과 비슷하다, 별로다, 지겹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으나 듣기 싫어서 무시했다. 지금 와서는 일부 맞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그땐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웠다. 어려서라고 핑계대기엔 그냥 자존심 문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좋다는 의견만 받아들이고 안 좋다는 의견은 전부 반박하고 다투다 보니 비판적인 댓글들이 점점 사라져 갔다. 비판하는 댓글이 줄어든 이유 중 일부는 나의 작곡 실력이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어서 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구나"하며 착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댓글이 잘 안 달리기 시작했다. 그 시기를 추측하자면 대세가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서 유튜브로 넘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조금 유명해졌을 타이밍에 군대를 가서인가? 아니면 앨범을 발매해서인가?’ 이러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추측들과 '무엇이 문제였나,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하는 의문들로 점점 피폐해져 갔다. 이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열심히 준비해서,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발표하더라도 사람들은 무관심하다.
내 음악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잘못됐다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점점 '나만 재밌으면 됐지'라고 자기 위로하며 음악 작업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워 새로운 의미들을 찾아 나서는 중이다. 그중 하나는 돈이 되었다.
악플로 인해 사람이 죽어나가는 세상이니 당연히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오랜 무관심에 지친 지금의 나는 이렇게 느낀다.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