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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란 Jul 15. 2024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습니다.

인도 경전 공부

대학 시절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취업 준비를 뒤로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전공과 상관없는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게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미래가 깜깜했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잔뜩 책을 집은 뒤 자리에 털썩 앉았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책들을 언제면 다 읽지? 내가 뭘 찾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막연하게 행복해지는 법이나 진리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여행을 시작하고 하레 크리슈나 사원에서 바가바드 기타, 스리마드 바가바탐 등 베다(고대 인도의 지식 체계)의 경전들을 접한 뒤 단번에 이게 내가 찾아다닌 것이란 걸 깨달았다. 모든 게 명료했다. 내가 찾고 있었던 질문들 -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태어났을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 전쟁과 자연재해는 왜 일어나는가? 왜 착한 사람은 고통받고 나쁜 사람들은 즐기며 살아가는가? - 의 답이 다 들어있었다.


베다에서는 경전이 신에게서 왔다고 본다. 신은 왜 우리에게 경전을 내렸을까? 우리의 물질적 감각으로는 물질 에너지만을, 그것도 아주 제한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우리의 눈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볼 수 있는가? 공기는? 바이러스는? 비록 볼 수는 없지만 모두가 이게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단지 우리의 시력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영혼은 가장 미세하고 순수한 에너지로 물질적인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다. 이보다 더 높은 신은 완전히 영적인 존재로, 우리의 물질적인 감각의 인지 범위를 초월한다. 그러면 신을 믿는 자들은 어떻게 신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경전을 내렸다.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는 신 크리슈나가 직접 설파한 가르침을 적은 책으로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영혼)과 이 정체성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영적인 지식의 알파벳이라 할 정도로 기본서에 속하지만 영적 용어나 문화적인 차이가 꽤나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시중에 나와 있는 ⟪깊게 읽는 바가바드 기타⟫나 ⟪바가바드 기타 있는 그대로⟫등 해설서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한다. 영적인 지식을 나누는 무료 온라인 수업도 참여해 볼 수 있다. 


⟪스리마드 바가바탐Srimad Bhagavatam⟫은 신의 모습이 어떤지, 그의 성격은 어떻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 그를 섬기는 위대한 인물들은 누구인지 등 신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 어떠한 원리로 작동되는지, 왜 자연재해가 생기는지 등에 대한 세상에 관한 지식, 왜 고통이 생기는지, 왜 착한 사람들은 힘든 일을 겪고 나쁜 사람들은 즐기는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삶의 지혜도 제공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리마드 바가바탐⟫을 접하고 나면 소설이나 잡지 같은 다른 독서를 저절로 끊는다. 모든 지적, 문학적 욕구가 이 책으로 충족이 되기 때문이다. 


작년 인도에서 받은 경전 수업. 중급 코스로 박티 사스트리bhakti sastri라고 한다. 

경전 수업은 스승과 도반이 필수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인지 능력은 제한되어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 있기에, 우리의 생각과 의심을 확인하고 답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특히 고대의 지혜를 현대의 생활 방식에 적용하려면 같은 실천을 하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영적 지식은 물질적 지식과는 달리 단순 암기가 아니라, 스승의 축복이라는 매개를 통해 제자에게 전수되는 심오한 과정이 있기 때문에 스승의 역할이 매우 지대하다. 그래서 경전은 독학이 불가능하고, 늘 수업과 토론 형식으로 공부한다. 꽤 많은 사원에 경전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각 레벨에 맞는 학위도 있어 성취하는 재미도 있다.


학창 시절에는 모범생과 거리가 먼 학교 생활을 했었는데 경전 공부를 시작하면서 열정적인 학생이 되었다. 처음 경전 공부를 시작했을 때 두근거렸던 감정이 아직도 생각난다. 경전에서는 모든 이치가 설명되고 납득되었다. 드디어 진짜로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이 지식들을 모조리 다 흡수하고 싶었다. 시험 기간에는 두문 불출하고 공부에만 몰두했고 경전을 조금 더 일찍 접하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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