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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란 Jul 22. 2024

인도철학 개론(1)-자아, 영혼, 전생, 카르마, 귀신

, 행복과 불행

나는 누구인가? 이는 사춘기 시절부터 늘 나를 쫓아다녔던 질문이었다. 나는 왜 나로 태어났을까?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자주 의식하게 되었고, 나는 왜 그 많은 나라 중에서 한국인으로 태어났는지 알고 싶었다. 성차별을 당할 때는 왜 여자로 태어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이 세상에 오게 된 목적이 알고 싶었다. 


베다에서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식물, 미생물 등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정체성을 세 가지 - 육체, 정신체, 영혼 - 로 나눈다. 육체는 보이는 몸으로 성, 인종, 나이, 신체 조건 등으로 규정되는 정체성이다. 정신체는 보이지 않는 몸으로 육체보다 더 미세한 형태의 자아이다. 마음, 지성, 아상我相(거짓 자아)이 이에 해당한다. 영혼은 가장 미세하고 순수한 형태의 자아이다.


육체는 죽음과 함께 소멸되는 일시적인 정체성이다. 죽음으로 육체가 수명을 다하면 정신체가 육체 밖으로 빠져나가 영혼을 다른 육체로 실어 나른다. 이를 환생이라고 한다. 근사체험을 경험한 자들이 공통적으로 증언하는 내용이 있는데, 죽음에 가까운 순간에 이르면 이생에 했던 일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한다. 사람은 일생 동안 특정한 욕망과 집착을 기르고 이것이 정신체를 이룬다. 그리고 죽는 순간에 떠올리는 가장 강한 욕망과, 이생에 했던 행위 즉 카르마(업보)가 다음 생의 몸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영적 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주요 관건은 업보와 정신체의 정화이다. 


생명체가 제 수명을 다 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죽거나, 원한이나 욕망이 너무 크거나, 자살을 하면 다음 생을 얻지 못하고 즉 육체 없이 정신체와 영혼으로만 존재하며 지상을 떠돌게 되는데 이를 귀신이라 한다.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가 없으면 물질적인 제한이 없으니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 있고 더 자유롭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귀신은 매우 불행한 존재이다. 정신체는 욕망으로 가득한데 이를 실현해 줄 몸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귀신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다른 몸을 찾아 점유하고자 한다. 흔히 ‘귀신 들렸다’는 말이 이런 경우이다. 


예를 들어 극심한 배고픔으로 죽은 영혼은 귀신이 되어서도 욕망이 남아 기가 약한 생명체의 몸을 점유해 식욕을 충족한다. 우리말에 ‘걸귀 들렸다’는 표현은 괜한 말이 아니다. 보통 술, 마약 등으로 정신이 취해지거나, 극심한 충격을 겪거나, 기타 이유로 정신과 자유의지가 약해진 경우 귀신에게 점유를 당하기 쉽다. 


카르마는 ‘행한 대로 대가를 받는다’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 한 치의 빈틈없이 매우 철저하다. 카르마를 이해하면 불공평하게 보였던 세상이 사실은 얼마나 공평하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다. 카르마는 부자, 가난한 자, 평범한 사람, 유명한 사람, 신분, 나이, 동물, 사람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카르마의 대가는 이생에 나타나기도 하고 다음 생에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현재 겪고 있는 일은 과거에 했던 일의 대가로 일어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에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창조하고 있다. 전생에 대해 무지한 자들은 현재에 일어나는 일, 특히 왜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모든 일은 내가 한 행위의 대가이다. 그러므로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불평할 필요 없고,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유복한 환경이 영적인 발전에 지장이 될 수도 있다. 이미 만족스러운 삶이 주어졌기에 더 높은 가치를 좇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생에 나에게 주어진 것을 활용하여 다음 생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다. 


카르마의 법칙에 의하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몸과 주변 환경은 내가 전생에 키워온 욕망과 카르마의 결과이다. 그리하여 비슷한 카르마를 가진 사람들끼리 특정 국가와 문화권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국민성은 무시할 수 없는 카르마이다. 특정 성별로 태어나는 것도 전생의 욕망과 집착의 결과이기에, 전생에는 반대의 성을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이성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이 몸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 철학 공부를 갓 시작했을 때 나를 가장 사로잡았던 주제는 전생과 환생이었다. 일찍이 사후세계, 환생, 전생에 대해 막연하게 믿고 있었고 이 생이 전부가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를 만족스럽게 설명해 주는 철학과 이론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베다 철학에서 전생과 사후세계에 대한 매우 자세하고 통쾌한 설명을 접했고, 완전히 납득이 되고 나니 베다에서 설명하는 다른 모든 철학도 막힘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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