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E기획자의 두 번째 반 이야기
살다 살다 나도 이럴 줄은 몰랐다.
회사가 출근을 금지 시키던 그 시절,
나는 무단결근도 아니고,
무단조퇴도 아니고,
무단출근을 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택은 당연히 좋은거고, 사무실을 선호하는 나를 이상하게 여긴다. 집에 있을 수 있는데 왜 나가냐는 것이다. 선호도의 이슈도 있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도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당연히 외출을 하고 싶고 사무실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기도 했지만 동시에 (코로나 시절) 나의 재택 환경은 참으로 열악헀다. 단계별로 이야기 해보겠다.
재택 열악 난이도 1.
우선 당시 우리집은 매우 매우 작았고, 업무를 위한 공간이 전혀 분리되지 않았었다. 내가 회의를 하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남편이 냉장고를 열거나 바로 옆에 소파에 누워서 게임을 하거나 유투브를 보는 경우가 있었다. 화면을 켜고 회의를 하는데 뒤로 계속 왔다갔다하고, 화장실가는 소리가 회의 중 들릴 까봐 신경이 쓰였다. 쾌적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사무실에 가고 싶었다.
재택 열악 난이도 2.
겨울에는 재택이 더더욱 힘들었다. 집이 너무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집이 추우면 아무리 옷을 따뜻하게 입고 있어도 사실상 소용이 없다. 왜냐면 집에서 재택을 하면 움직이지를 않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지 않고 집이 너무 춥기 때문에 계속 해서 체온이 낮아진다. 특히나 그 당시 우리집은 너무 춥고 바닥이 차가워서 항상 발이 시려웠다. 게다가 80년도에 지어졌던 그 아파트는 겨울만 되면 온수가 잘 안나왔다. 안그래도 집이 너무 추운데 미지근한 물로 몸을 적시면 체온은 무한으로 내려갔다. 따뜻한 물로 몸을 데우는것도 불가능 했던 시절 가끔 나는 다이슨 헤어드라이기로 나의 차가운 발가락을 데우곤 했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추위에 시달리다가.. 퇴근을 하면.. 여전히 추위에 시달려야했다.
따뜻한 사무실에 가고 싶었다.
재택 열악 난이도 3.
원래도 온수가 잘 안나오는 집이었는데, 종종 단수도 되었었다. 온수만 단수될때도 있었고 아예 싸그리 물 자체가 단수될 떄도 있었다. 그리고 정전이 될 때가 있었다.
정전이 되면 와이파이가 끊켜버리니 테더링을 해야 했었다. 그런데 이제 정전이 되서 충전기가 작동을 하지 않으니 맥북 화면이 자꾸 빨리 꺼졌다. 화장실을 한번 갔다오면 화면이 꺼지고, 화면이 꺼지면 테더링이 끊키고, 테더링이 끊키면 동시에 VPN도 끊켰다. 정말 승질이 났었다.
화장실에 물도 나오고 인터넷도 잘 되는 사무실에 가고 싶었다.
위의 1,2,3 단계를 반복적으로 겪다 보면... 너무...화가나서... 사전에 조직장 승인을 받지 않았으나 무단 출근을 했었다. 회사 가서 일하겠다는데!! 몰라!! 배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