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E 기획자의 세 번째 이야기
재택보다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나를 다들 이상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재택이 더 좋은데 너는 무슨말이냐 라는 식이다. 어차피 선호도의 이슈라 서로 서로 뭐가 좋다고 아무리 우겨봤자 소용없고, 사실 나도 재택 러버를 설득해서 출근시키거나 할 생각은 없다.
허나 내가 생각하는 오프라인 출근의 장점에 대해 썰을 잠시 풀어 보겠다.
1. 사무실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
더불어 인터넷도 빵빵 터지고, 조명도 밝다. 누군가가 매일 매일 청소도 해준다. 너무 좋다.
나와는 달리 넓고 쾌적한 집에서 문닫고 들어갈 수 있으면서 냉난방 잘되는 나만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면 나의 주장이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다.
2. 집에는 업무 방해 요소가 참... 많다.
일을 하다 보면 옆에 쌓여있는 빨레나 설겆이가 너무 거슬린다. 분리수거도 하고싶고, 밥먹고 나면 소파에 누워서 넷플릭스가 보고 싶어진다.
가끔 정전도되고, 단수도 되고, 공사 드릴 소리 때문에 환장 할 것 같다.
아파트 방송도 나오고, 소독을 하거나 뭔가 서명을 받겠다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혹시라도 내가 집에서 일을 하는데 남편이 휴가를 내서 집에라도 있는 경우에는 나는 일을 하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계속해서 놀고 있는 것도 정말 큰 방해 요소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가장 사랑스러운 방해꾼은 우리집 멍멍이 푸 이다.
푸의 방해는 너무 귀엽지만... 매우 방해된다.
내가 일하고 있으면 간식을 달라고 낑낑대고 소리지르고 메달리는 것은 일상이다. 기획 리뷰를 해서 회의 내내 나혼자 떠들어야하는데 뒤에서 푸가 꽥꽥 거릴 때.. 딱히 방법이 없다. 그냥 침착하게 나는 리뷰를 하고 푸는 뒤에서 계속 떠든다. 다행히 아직까지 클레임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푸도 패턴이 있는데 오전에 좀 괴롭히고, 내가 점심을 먹으면 같이 먹겠다고 메달리다가 오후에는 햇볓이 들어오는 소파위에 올라가서 곤히 낮잠을 잔다. 그러다가 저녁시간이 되어가면 벌떡 일어나서 배고프니 밥을 달라고 또 시끄럽게 군다. 사랑하지만 업무에는 방해된다.
3. 집이 아닌 공간에서는 즐거운 우연함들이 많다.
이건 꼭 출근이 아니라 그냥 "외출"에도 적용이 되는 일이겠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좋은 "기회"들을 제공한다.
계획이 없었다가도 출근해서 누군가와 맛있는 점심을 먹게되는 일도 있고,
저녁에 치킨 한입이나 소주한잔을 하러가게되는 기쁜일이 생기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고 가십거리를 주워듣는 즐거움이 있을 수도있고, 가끔은 업무에 도움이 되는 소식을 듣기도하고, 사무실에서 만난 인연이 로맨스로 이어지는 사람들도 많다.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동료와의 스몰토크도, 점심시간에 마주한 파란 하늘도, 집에가는 길에 들르는 올리브영 매장도 긍정적이 뇌 자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은 .. 나에게는 너무 지루하고 불행하다.
한 때 사람들이 좋아했던 말중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말에 공감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그런 상황을 겪어보긴 헀으니까) 나는 그 이후에 누군가가 한 다음 말을 훨씬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4.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집에 훨씬 더 달콤하다.
이건 정신병일수도 있겠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일하다가 퇴근했을때보다 나는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올때 훨씬 집이 좋다. 똑같은 넷플릭스도 재택한 날 보다, 오프라인 퇴근하고 집에와서 보는게 더 재미 있는것 같다.
반대로 잠이 덜 깬 채로 재택 책상에 기어가서 몽롱하게 앉을 때 보다, 커피한잔 사서 사무실 내 자리에 도착해서 앉는 순간이 훨씬 더 정신이 또렷하고 모티베이션이 높다.
그런데말이다. 아무리 사무실 출근에 대한 장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나지만 지금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고 나는 출근이 하기 싫다.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월요일 출근이 다가오는 것은 싫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