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선물은 무엇을 받으셨나요?

가난한 회사 시절의 명절 선물 이야기

by 스테파니

이번 설 선물로 회사에서 다들 무엇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설과 추석 연휴 전 집에 가는 직장인들의 손에는 선물 세트들이 들려있는 경우도 많으나,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은 대부분 상품권을 선물로 주었다. 현 회사는 상품권 20만 원을 주고 우리는 그 20만 원을 롯데백화점 상품권, 신세계 백화점 상품권, 배달의민족 상품권, 네이버 포인트 중 하나로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나는 20만 원어치의 네이버 포인트를 받은 후 다이슨 에어 스트레이트너를 사는 데 사용했다. 신난다.


하지만 이런 럭셔리(?)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 신입사원으로 첫 회사에 입사를 했던 건 1월 2일이었고, 곧 설 연휴가 찾아왔다. 사실 아주 정확한 액수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당시 우리는 설 선물로 신세계 상품권 5만 원을 받았다 (혹은 7만 원이었을 수도), 동일한 시점에 네이버 공채로 입사했던 내 친구는 30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았다. 정말 큰 차이가 나는 액수였다. 내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어서 5만 원이 아니라 7만 원이고 30만 원이 아니라 20만 원이라고 해도 큰 차이가 나는 액수이다. 정말 서럽고도 작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첫 해에 받았던 것이 가장 큰 액수였다.

회사가 어느 순간 LOTS라는 자사 온라인 몰을 만들었는데... 처음 시작은 회사가 만드는 휴대폰의 부자재 (예를 들어 배터리) 등을 파는 용도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일종의 온라인 쇼핑몰로 진화를 했는데 그래봤자 상품이 얼마 없고, 다른 곳보다 모든 것을 비싸게 팔아서 살만한 게 참 없었다.

회사는 우리에게 이 LOTS의 상품권을 매번 명절마다 주기 시작했다.


LOTS 온라인 몰에서는 쇼핑을 하는 경험은 대놓고 사기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데서 사면 훨씬 저렴한걸 회사에서 준 5만 원 (나중엔 10만 원) 상품권을 쓰기 위해서 억지로 비싸게 사야 했다. 초반에는 생필품도 팔지 않아서 더더욱 살게 없었는데, 나중엔 생수나 햇반 같은 상품이 올라와서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상품권이라는 강제 요소가 없는 경우 아무도 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지 않았을 것 같고 현재는 당연히 없어진 쇼핑 몰이다. 찾아보니 2013년에 사업중단을 하였고, 남아있던 법인 폐업은 2019년 12월에 했다고 한다. 임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주는 비용도 절감하고,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대표의 자회사로 따로 빠져있던 쇼핑몰의 수익을 올려주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스템 같았고 피해자들은 직원들이었다. 지금은 다들 더 좋은 회사에서 풍요로운 설을 보내고 있길 바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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