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을까? 가 아닌 오늘의 메뉴는 무엇일까?

그리운 구내식당

by 스테파니

첫 번째 회사는 상암디지털미디어 시티역 앞에 있었다. 지금은 사람 사는 곳 같지만 당시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가 아닌 곳에서 밥을 먹고자 한다면 꽤나 멀리멀리 걸어 나가야 했고, 웬만큼 걸어 나가봤자 소박한 뒷골목 식당들 뿐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우리 회사사람들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들 사옥의 꼭대기 층으로 우르르 몰려서 가서 길게 길게 줄을 선 후, 사원증을 태그하고 밥을 먹었다. 다시 회사가 제공했던 유일하게? 좋은 복지였던 건 점심과 저녁식사가 무료였던 것 같다. 대부분 팀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가서 식판에 밥을 받아서 먹는 그런 왁자지껄한 점심시간이었다. 외부에 나가서 밥 먹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들었고, 배달앱이 없던 시절이라 대부분 모든 사람들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랬기 때문에 월 단위로 올라오는 구내식당 메뉴는 모두에게 꽤나 큰 관심사였다. 학생 때도 그랬듯이 누군가는 점심 메뉴를 어딘가에 붙여놓고 보곤 그랬다.


그래서 돈가스라던가 닭볶음탕이 나오는 날 나는 행복했고, 고기반찬이 없는 날엔 점심시간이 매우 허했다. 임연수구이는 회사에서 처음 겪어보았고, 지겨웠고,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았으며... 실제로 그 회사를 떠난 이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오징어도 회사 구내식당 덕분에 싫어졌었다. 고무와 같은 질감의 오징어는 맨날 빨간 소스 같은데 볶아져서 나왔고, 그다음 날엔 남은 오징어들이 "오징어 국"이라는 메뉴에 다시 등장했었다.

삼계탕 같은 특식이 나오는 날에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신이 났었다.


신입사원부터 내가 퇴사할 때까지 해당 회사는 점점 더 망해갔지만 유일하게 발전했던 것 밥이었것 같다. 처음엔 그냥 맛없는 단일메뉴를 제공했는데, 이후에는 메뉴가 2개로 늘어나서 하나는 매우 전형적인 한식 식판 밥이 나왔고, 나머지 하나는 돈가스 같은 양식의 쵸이스가 나왔었다. 그래서 해당 메뉴에 따라 어느 쪽의 갈림길을 선택할까라는 하루의 두근 두 근 한 순간이 추가되었었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더 건강하게 밥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샐러드 메뉴도 추가되었었다.


조류독감이 유행이던 시절, 흔한 재료였으며 서 나의 최애 고기였던 닭고기가 메뉴에서 싹 없어졌던 순간이 있었다. 오랫동안 닭고기를 먹지 못했던 나는 당시 매우 아날로그 했던 건의 함에 종이에 펜으로 "닭 좀 먹게 해 주세요"라는 구구절절한 사연을 적어서 넣었었고, 거의 바로 닭고기 메뉴가 나와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당시 조류독감 때문에 다들 닭을 기피하는 상황을 반영했었으나, 나 같은 사람이 다시 닭을 제공할 이유를 만들어줘서 바로 다시 닭이 돌아왔던 것 같다.


당시에는 맛이 없다고 불평을 했었지만, 매일 밖에 나가서 무엇을 사 먹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식사가 무료였던 건 참으로 좋은 환경이었다. 그리고 좋건 싫건 간에 매일매일 누군가와 함께 마주 보고 앉아서 밥을 먹었던 시절이 나는 조금 그립다.

현 회사는 코로나 때 입사를 해서, 실제로 같이 일하는 사람의 얼굴을 물리적으로 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첫 3년 동안은 팀 사람들과 밥을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 출근을 해서 일주일에 두 번의 점심은 누군가와 먹을 수 있어서 기쁘나, 그 외의 요일에 출근하면 밥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 것이 참 어렵다. 집에서 재택 하는 것이 좋고, 혼밥이 좋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정말 이상하게 쳐다보지만, 나는 매일매일 팀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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