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던 당시 회사는 SCM 전반이 비교적 타이트하게 관리되는 조직이었습니다.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KPI가 활용되었고 디맨드플래너는 이 지표들을 중심으로 매주, 매월 자신의 결과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다만 디맨드플래너의 역할은 KPI만으로 정의되지는 않았습니다. 영업의 매출 실적과 타겟 그리고 시장 상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단의 기준이 되었던 몇 가지 핵심 KPI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Forecast Accuracy
Forecast Accuracy는 미래 예측치에 대한 정확도를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예측했던 판매량과 실제 실적을 비교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맨드플래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KPI이기도 합니다.
Forecast Accuracy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다른 KPI들로 연쇄적으로 확산됩니다. Forecast 대비 실제 판매가 저조할 경우, 재고는 자연스럽게 누적됩니다. 이는 곧 부진재고 증가로 이어지고 해당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할인 판매가 이루어지거나 유효기한이 경과한 재고에 대해서는 폐기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손익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반대로 Forecast 대비 초과 판매가 발생할 경우에는 결품이 발생합니다. 판매할 수 있는 수요가 존재함에도 물건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이른바 판매기회 상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수입 중심의 기업에서는 선박으로 운송하던 제품을 항공 특송으로 전환하거나 FCL(Full Container Load) 대신 LCL(Less than Container Load)로 긴급 수급을 진행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물류비 역시 손익에 영향을 줍니다.
Forecast Accuracy를 관리하다 보면,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매출 달성을 목적으로 한 이른바 밀어내기입니다. 특히 대리점이나 도매상과 거래하는 B2B 기업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사 기준의 판매량만을 Forecast하다 보면 단기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유통 채널에 물량을 과도하게 공급하는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높은 수준의 SCM을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자사의 출고량뿐 아니라 도매상(Distributor)이 실제로 최종 고객에게 판매하는 물량까지 함께 관리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자사 판매 Forecast와 더불어, Distributor의 판매 Forecast 역시 KPI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매출을 맞추기 위해 도매상에 물량을 밀어내더라도 해당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서 소진되지 않는다면 Distributor Forecast Accuracy 지표에서는 그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게 됩니다. 이처럼 Forecast Accuracy는 단순히 숫자의 정확도를 넘어 공급망이 얼마나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습니다.
2. 현 재고 수준 (WOS, MOS, DOI, WOI 등)
재고 수준을 측정하는 KPI는 기업 목적과 문화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제가 근무하던 곳에서는 WOS(Weeks of Sales)라는 지표를 사용해 현재 재고로 몇 주 동안 판매가 가능한지를 관리했습니다. 그 외에도 MOS(Months of Sales), DOI(Days of Inventory), WOI(Weeks of Inventory) 등 비슷한 개념의 지표들이 각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재고 수준은 Forecast Accuracy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KPI입니다. Forecast가 높게 잡히면 재고는 증가하고 Forecast가 낮게 잡히면 재고는 빠르게 소진됩니다. 재고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에는 할인 판매나 폐기를 통해 재고를 정리해야 하고 재고가 부족할 경우에는 판매기회 상실을 막기 위해 긴급 수급이라는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재고가 많으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판매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재고 수준이 높아질수록 기업은 여러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 현금 유동성 악화
기업 재고가 증가한다는 것은 팔아서 현금화되지 못한 자산이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기업은 판매를 통해 생긴 현금으로 R&D, 부채 상환, 신사업 투자 등을 이어가며 성장합니다. 재고 증가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에 제동을 거는 신호가 됩니다.
○ 재고 관리 비용 증가
재고가 늘어나면 창고 비용, 인건비, 관리 비용이 함께 증가합니다. 설계 용량을 초과한 재고로 인해 작업 효율이 떨어지고 야근이나 추가 인력 투입, 외부 임시창고 사용 등 부수적인 비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실제로 창고 점유율이 150%에 달했을 때 통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재고가 적치되어 제품 이동과 출고 준비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된 경험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가 늘어나고 현장의 생산성 역시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재고 수준 관리는 창고 운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핵심 KPI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