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SNS 중독에 빠진 30대 엄마

by 권성선

그녀는 예전엔 웃음이 많았다. 대학 시절에는 동아리에서 분위기를 띄우던 사람이었고, 직장에서는 늘 '센스 있는 후배'로 통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좋아했고, 작은 발표나 회식 자리에서도 말을 하면 재치 있다며 다들 박수를 쳤다.

결혼 후 첫 몇 년 동안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편, 곧 태어난 아이. 주변에서 부러워하는 시선이 이어졌다. '나는 괜찮게 살고 있어.' 그 믿음이 그녀를 지탱했다.

하지만 출산 후, 세상은 단숨에 좁아졌다.

남편은 회사일에 매달렸고, 그녀의 하루는 오직 아기 울음과 집안일로 가득 찼다.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인정받거나 웃음을 주던 순간은 사라졌다. 거울 속의 자신은 늘 츄리닝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였다.

그 무렵, 우연히 올린 아이 사진 한 장이 시작이었다.

분유를 먹고 잠든 아이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연달아 댓글을 달았다.

"와, 너무 예쁘다." "천사 같네." "좋은 엄마네, 부럽다."

알림음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을 바라봐주고, 인정해준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날 밤, 그녀는 오랜만에 스스로 괜찮은 사람 같았다.

그 이후로 매일같이 사진을 올렸다. 아이가 웃고, 넘어지고, 먹고, 자는 그 모든 순간은 곧바로 '기록'이 되었고, 기록은 곧 '노출'이 되었다. 사진을 편집하면서 아이의 얼굴보다 필터와 색감을 더 오래 들여다봤다.

처음엔 작은 성취감이었지만 곧 경쟁이 되었다.

팔로워 수가 비슷했던 친구는 순식간에 몇 천 명이 늘어났다. 해외여행, 명품 가방, 화려한 레스토랑. 그녀의 화면 속 세계는 점점 더 반짝거렸다.

반대로 그녀의 하루는 늘 같은 집, 같은 반찬, 같은 츄리닝이었다. 화면 속 타인과 현실의 자신이 겹쳐질수록 그녀는 점점 초라해졌다.

남편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애 좀 보고, 사진은 그만 찍어." "이건 추억으로 남기는 거야."

하지만 말끝이 떨렸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추억이라기에는 사진은 아이와의 순간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아이는 사진기를 향해 억지로 웃었다. 그 웃음은 곧 그녀의 자존심이 되었다.

좋아요 숫자가 곧 자존심의 눈금이 되었다. 300개를 넘으면 하루가 빛났고, 50개를 넘지 못하면 자책이 밀려왔다.

'나는 왜 이렇게 살지?'

그녀는 아이를 재운 뒤에도 화면을 들여다보며 다른 집 엄마들의 계정을 훑었다. 아이는 영어를 한다는데 나는 동화책 한 권 읽어주지도 못했다. 저 집은 제주도 여행이라는데 나는 하루 종일 같은 골목만 왔다 갔다 한다. 비교는 곧 심판이 되었고, 심판은 그녀를 더 깊이 가라앉혔다.

그리고 오늘.

온종일 공들여 찍은 아이의 생일 사진에 달린 댓글이 문제였다.

'케이크가 좀 초라하네.'

익명의 짧은 댓글 한 줄이었지만 그녀의 마음을 산산조각 냈다.

"내가… 이렇게 보이는 건가?"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온몸을 덮쳤다.

그녀는 웃음 대신 눈물이 치밀었다.

휴대폰을 움켜쥔 채 집을 나섰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냥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골목 끝에서 천막 불빛이 비를 뚫고 새어 나왔다. 김이 서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문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천막을 밀치듯 열고 들어섰다.

비닐 천막에 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잔잔한 북소리처럼 이어졌다.

포차 안은 따뜻했다. 국물 냄새가 코끝을 스쳤고, 습기 섞인 공기가 몸을 감쌌다.

"여기 앉아도 돼요?"

그녀는 자리를 묻기도 전에 이미 앉아 있었다. 마치 오래 기다린 자리에 도착한 듯한 몸짓이었다.

고수는 천천히 술잔을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

"뭘로 드릴까요?" "소주요. 제일 빨리 잊게 해주는 걸로."

짧은 대답과 함께 그녀는 스마트폰 화면을 또 들여다봤다. 화면을 스크롤하던 손가락을 멈추더니 곧 표정이 굳어졌다

"좋아요가 안 늘어요. 몇 장이나 올렸는데…"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지만 결국 고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녀는 아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예쁘게 차려 입은 아이가 웃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 웃음이 무대용 미소처럼 어딘가 어색했다.

"다른 애들 사진은 금방 수백 개씩 좋아요가 달리는데, 제 건 왜 이럴까요? 내가 뭘 잘못한 걸까요? 이모티콘 하나 없는 댓글이 더 서운해요. 다들 나보다 잘 사는 것 같아요.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말을 쏟아내는 동안 그녀의 눈은 여전히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었다. 술잔은 손대지도 않았다.

고수는 한숨을 삼키듯 잔에 술을 따랐다.

"이건 현실이고, 그건 화면이지요."

짧은 말에 여자는 고개를 들었다.

"근데요, 화면이 더 현실 같아요. 다들 그 안에서 웃고, 행복해 보이고… 나만 빠져 있는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

"아이랑 놀아주면서도 이 장면을 찍어야겠다 생각해요. 근데 찍다 보면 아이는 벌써 흥미를 잃어버리죠. 저는 사진만 남기고, 진짜 순간은 놓쳐요. 그렇게 하루가 끝나요. 아이가 엄마 눈을 찾을 때, 저는 화면 속 좋아요 숫자만 보고 있고… 그러다 보면 내가 무슨 엄마인가 싶어요."

천막 안이 고요해졌다. 젓가락 소리도, TV 소음도, 바깥 빗소리도 잠시 멎은 듯했다.

고수는 그녀가 쥔 스마트폰을 가만히 내려놓게 하고, 술잔을 건넸다.

"좋아요 말고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을 봐요."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 한마디가 마음의 빈 곳을 정확히 찔렀다.

"아이가 저를 볼 때… 눈빛이요?" "그게 진짜입니다. 숫자는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그 눈빛은 오래 남거든요."

여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억눌렀던 울음이 새어 나왔다.

"저… 그냥 잘하고 싶었어요.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잘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근데 그럴수록 제일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아요."

고수는 말없이 그녀의 잔에 다시 술을 따랐다. 술잔의 투명한 액체에 천막 불빛이 반짝였다.

"이곳은요, 보여주기 위한 자리가 아니에요. 그냥 앉아서 네가 힘들다고 말하는 자리입니다."

고수의 말은 늘 그랬듯 담담했지만, 그 담담함이 그녀를 안아주는 듯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엎어놓았다. 그리고 술잔을 들어 천천히 목으로 넘겼다. 눈가가 젖어 있었지만, 입가에는 오래간만에 미소 같은 것이 번졌다.

"내일은 아이랑 사진 말고, 그냥 눈 맞추고 놀아볼래요."

천막 밖 빗소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술잔에는 오랜만에 맑은 웃음이 비쳤다.

잠시 고요가 내려앉았다.

고수는 빈 접시를 가져와 마른 행주로 천천히 훑었다. 부드러운 천이 표면을 지나갈 때마다 뿌연 자국이 사라지고 맑은 빛이 드러났다.

그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잔을 비우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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