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커피를 쏟는다

by 권성선

며칠 전, 카페에서 물을 쏟았다.
아찔했다.
잔이 기울어지고, 물이 철퍽하고 테이블로 퍼졌다.
다행히 노트북은 무사했다.
그러니까 이건 대형 사고 직전에서 멈춘 ‘소소한 재난’ 정도랄까.

근데 웃기게도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종종 중요한 날 흰 블라우스를 입고
스파게티 소스를 튀기거나, 김칫국물과의 교감을 시도하곤 한다.

예전엔 이런 실수를 하고 나면
마음까지 쏟아진 것처럼 의기소침해졌다.
“왜 나는 늘 이럴까?”
“조금만 더 조심했으면…”

자책이라는 이름의 소금 뿌리기.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쏟은 건 물인데, 내가 흘린 건 긴장이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옷에 튄 건 음식인데, 그게 내 마음의 여백 하나를 만들어주더라.

실수도 일상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건 ‘망했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괜찮은 하루’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나는 커피를 쏟을지 모른다.
하지만 노트북은 무사할 거고,
나는 또 한 번 웃고 말 것이다.

그렇게 하루는 다시 흘러간다.
실수 하나쯤은 보태지더라도.

그러니까 아직 괜찮다.
나는 살아가고 있고, 가끔 흘리기도 한다.


당신도 혹시, 오늘 뭔가를 쏟았나요?
그렇다면 저와 함께 웃고,
그냥 그날의 기척으로 남겨두어요.
괜찮아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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