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표 안 나고, 안 하면 바로 티 나는 일들
쉬는 건 분명 같은 쉬는 날인데, 평일의 쉼과 주말의 쉼은 느낌이 다르다.
공휴일은 또 다르다.
몸은 쉬는데, 마음은 완전히 놓을 수 없는 날들.
금요일 하루, 겨우내 바라던 휴가를 냈더니
그 하루를 비우기 위해 금요일 업무를 수요일과 목요일에 몰아넣었다.
한 사람의 자리를 비운다는 건,
그 자리를 다시 채우기 위한 또 다른 분주함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사이, 집안은 소리 없이 조금씩 무너졌다.
5인 가족의 빨래는 하루만 미뤄도 언덕,
이틀이면 바로 히말라야 원정이다.
세탁기 앞에서 나도 모르게 다짐한다.
“오늘은 반드시 정상까지 간다.”
아침에 눈을 뜨자, 강아지 두 마리가 꼬질꼬질해져 있었다.
‘너희도? 그래, 오늘은 다 씻자.’
강아지를 욕실로 들여보내고, 세탁기를 돌리고,
돌아오는 길에 싱크대 앞에서 멈췄다.
쌓여 있는 설거지더미.
어제 먹은 흔적이 오늘까지 남아 나를 쳐다보고 있다.
돌려 말할 것도 없이, 집안일은
‘하면 표 안 나고, 안 하면 바로 티 나는 일’이다.
아직 개지 못한 빨래.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얹혀 있는 옷가지들.
내가 어지럽힌 것도 아닌데,
늘 내가 치워야 하는, 그 익숙하고 묘한 불균형 속에서
커피 한 잔을 내렸다.
커피 한잔을 들고 잠시 숨을 고른다.
그래, 오늘은 '주부 모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겠지만,
오늘도 나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를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깨끗해진 집에서
누군가의 밥을 챙기고, 잠자리를 정리하겠지.
이런 날들은 별일 없이 흘러가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내가 가장 애쓴 날들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하루를 또 묵묵히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