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작은 일 14화

배 까고 자는 강아지에게 배운 인생의 여유

by 권성선

햇빛이 살짝 드는 바닥에
겨울이가 누워 있었다.

그것도, 거꾸로.
배를 하늘로 드러낸 채,
세상 모든 힘을 다 빼고
등으로 누운 모습이었다.

처음엔 웃겼다.
“쟤 왜 저러고 자?”
너무나 무방비한 자세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좀 부러웠다.

나는 언제 이렇게
몸도 마음도 힘을 다 풀고
그냥 누워본 적이 있었나.

늘 ‘해야 할 일’과 ‘해야만 할 것 같은 일’ 사이에서
몸은 뻣뻣해지고, 마음은 조여왔다.

쉴 때조차도
“이 시간에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마음에 편히 눕지 못했다.

그런데 겨울이는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어디 봐줄 사람 없어도
그저 자기가 편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

믿는 것이다.
이 집이 안전하다는 것.
이 사람은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

믿을 수 있어야
배를 깔 수 있고, 등을 드러낼 수 있다.

강아지의 자세는
그저 자는 모습이 아니었다.
믿음의 표현이었고,
신뢰 위에 놓인 평화였다.

나도 그런 하루를 살고 싶다.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 걱정 없이 등을 바닥에 맡길 수 있는 하루.

오늘은 조금 느리게 걸어도 괜찮지 않을까.
한숨 자도, 어깨를 내려도,
무방비해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바닥에 누운 겨울이처럼 말이다.


keyword
이전 13화시간이 나를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