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 장면이 그저 인상적이기만 했다.
오래전 어느 프로그램, 뜨거운 싱어즈.
배우 서이숙이 무대에 올라 자기소개를 하며 말했다.
"저는 시간을 믿습니다. 시간의 공력을 믿습니다."
그때는 그 말이 그저 멋있다고만 느껴졌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그 장면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
그 말은 마치 지금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 같았다.
'시간의 공력.'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와 박혔다.
시간은 아무 말 없이 흐르지만,
그 시간 속에 내가 흘린 땀과 눈물과 고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은 안다.
그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 시간을 버티는 게 어떤 싸움이었는지를.
그저 하고 있으니까, 그냥 계속했으니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결과가 없어도,
좋아해서, 아니 어쩌면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한 일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하다가 멈췄을까.
조급함에 스스로를 책망하고,
다른 이의 속도에 나를 비교하며 주눅 들고,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의심하고.
하지만 서이숙 배우의 말처럼,
시간의 공력을 믿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그 시간이 말을 건다.
때로는 한 편의 글이 되어,
때로는 한 줄의 댓글이 되어,
어쩌면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어.
나는 이제 안다.
시간은 헛되지 않다는 것을.
진심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나를 빚고 있다는 것을.
조급해지지 말자.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줄의 문장을 쓰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하루의 마음을 기록하는 것.
그게 쌓여 나를 만들고,
그게 쌓여 내 빛이 된다.
나는 오늘도 시간의 공력을 믿는다.
지금은 보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것들 안에 가장 단단한 뿌리가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