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종종 가던 카페가 있었다.
책을 읽고, 공부하기 딱 좋은 조용한 곳이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머무는 창가 자리,
커피 맛도 좋았지만, 커피 맛만큼 좋았던 차들.
무언가를 배우고 나누기에 참 좋은 공간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책을 읽었고, 가끔은 공부도 했고,
어느 날은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 책의 제목들,
그보다 더 선명하게 남은 것은
책장을 넘기며 웃던 나의 얼굴이었다.
이런저런 사진을 뒤적이다,
그때의 내 표정을 보고 조금 놀랐다.
어쩌면 저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었을까.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누군가와 삶을 나눌 때
정말 행복해했었구나, 새삼 느꼈다.
그로부터 6년,
지금의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하나둘씩 바깥의 활동을 정리했다.
단체도, 모임도, 심지어 마을 사람들과의 소소한 인연도
천천히 접었다.
요즘의 나는 조금 과장하자면 히키코모리처럼 살고 있다.
집 안에서, 내 안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런 시간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제는 내게 익숙한 리듬이 되었다.
사람이 그립지는 않았다.
외로웠지만 외롭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사람을 찾지 않았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창밖을 보며
혼자 중얼거리듯 글을 썼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고요함이 나를 덮을수록
오히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 또렷이 깨어나는 걸 느꼈다.
그건 고독이 아니라, 성찰이었다.
비어 있던 마음의 공간이
다시 천천히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나는 안다.
사람이 정말로 그리워질 때,
사람이 ‘필요’가 아닌 ‘마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오면
그때 나는 어디든, 누구든
망설이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사람과의 만남이 간절해지는 날,
진짜 사귐이 가능하다는 걸
그동안의 침묵 속에서 배웠다.
그러니 지금은 잠시 이 안에 머물러도 괜찮다.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책장을 넘기듯 마음의 결을 천천히 읽어내려가도 좋다.
그리하여 어느 날,
마음이 또 한번 동하게 된다면
나는 다시 걸어 나갈 것이다.
햇살이 드는 창가 자리로,
차 한 잔의 따뜻함으로,
함께 웃는 얼굴들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