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 어릴적 슈퍼마리오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영화
- 임신기간에 인생에 대해서 깨달은 "인생마리오"
예고편이 다인영화였다.
화려한 장면들이 가득 찬 스토리는 엉망이었던 영화
늘 속지만, 그래도 영화관으로 늘 향한다.
햇살이(태명) 를 임신하고도 매일 출근을 하는 아내를 보면서 뭘 해줄 수 있을까? 먹을 거는 매번 잘 사다주기는 하지만, 만약에 마음이 힘들면 어쩌지? 해서 생각해 낸 방법이 우리가 결혼 전에 자주 하던 레트로 게임 마리오를 떠올렸다.
아마도 기억은 잘 나진 않았지만, 아무리 해도 깨지지 않았던 판에서 그만두고 잘하지 않게 되었던 거 같다.
다시 예전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아내가 퇴근하고 오면 나는 게임기를 세팅하고, 밥을 먹자마자 마리오를 하기 시작했다.
예상 대로 우리는 마리오에 점차 중독되어 갔다.
아내는 일을 하면서도 깨지지 않는 판에 대해서 홀로 생각하게 되었고, 나는 마리오를 이렇게 어렵게 만든 개발자 욕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각판은 2인 1조로 같이 깨야 하며, 한 사람이 많은 판을 깨더라도, 무조건 다음 스테이지는 같이 계속해서 가야 하는 그런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판을 하고 죽으면 다음은 그 죽은 부분을 아내가 해야 하고, 계속 이어지는 게임의 굴레 속에서 우리는 잠시 임신의 생경함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같다.
처음에는 우리는 전처럼 조금만 하다가 또 질리면 그만하겠지,라는 식으로 시작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인터넷에서 이스터 에그를 찾아 우리가 깼던 판까지 가는 피리를 부는 마리오를 찾아냈고,
왕이 깨지지 않자, 아내는 바닥을 깨 부실 심산으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우린 "몰입"을 넘어섰다.
결국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믿기지 않는 마지막 판"을 만나게 된다.
왜 "믿기지 않는" 이라는 표현을 썼냐 하면, 이 판에 들어서서는 이게 마지막판인가? 맞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곳이니까. 그리고 마리오는 이런 판들이 생각보다 많다.
마지막 판인 거 같이 어려운데 다음 스테이지가 짠! 하고 나오는 경악의 순간들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나, 어렸을 때 이미 다 마리오를 해 본 사람에게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우리에게 그 시절은, 마리오가 삶 그 자체였다.
모든 이야기를 마리오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아.. 국이 오늘 좋다.. 맛있어. 그러니까 - >마리오 하자
아이스크림 이제 그만 먹어야 할 거 같아 -> (체중 조절 때문이 아니라) 마리오를 빨리 해야 하니까
이런 식이 었다.
그래서 마지막 판은 나에게, 그리고 아내에는 조금 특별했었다.
이게 맞나? 맞나? 하면서 계속 마지막 쿠파 왕에게 다가갈수록,
(여기서 쿠파는 국밥을 뜻한다는 재미있는 상식 : 이 지경까지 왔었다)
점차, 마지막 판인 게 느껴지는 연출...
마지막 판을 깨고 나서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눈물이 조금 났다.
그 대장정이 정말 어마어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고생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우리였다.
우리는 이후에 결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인생은 마리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마리오는 앞서 말했다시피 2명이서 같이 하게 되면 다음 사람을 기다리는 과정도 있고, 서로 같이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임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 작다면 작은 게임에는 추리도 해야 하고,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하고, 점프를 희한하게 해야 하는 순간도 오고, 순발력도 필요하고, 재치도 필요하다.
뭔 레트로 게임 하나 가지고 이렇게 유난이냐고 하겠지만, 아마 이것은 인터넷으로 공략집을 보지 않고 다 깨본 사람은 반드시 동의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절대로 깰 수 없는 순간" 이 온다.
아. 이건 내가 못하는 거구나 하고 느껴진다. 그 판을 만나면 바로 그렇게 느껴지게 된다.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런 내가 못 깨는 판들은, 딱 들어맞는 퍼즐처럼 그 판은 아내가 "깰 수 있는 판" 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판에 가게 되면 "이건 둘 다 아예 안 되겠는데"라는 판들도 많이 나온다.
그러면 우리는 서로 네가 깨라고 미루기도 하고, 결국에는 이거 깨야 한다라는 중압감에 연습을 거듭하고 무한한 시간을 보내고 깨버리게 된다. 그리고 그 연습이 먹혀 깨게 되면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다.
그런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마지막 판까지 왔으니 게임이지만 우여곡절이라는 말을 써도 될 것만 같다. 수많은 희로애락을 겪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말이다.
내가 할 수 없는 순간, 아내가 할 수 없는 순간, 우리가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
그것은 정해진 사실이다.
그 순간에 서로를 믿고, 혹은 나도 처음 해 보아서 생소한 순간이라 두려움이 올지라도 그걸 이겨내는 과정의 반복이 결혼뿐이 아니라 우리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이야기를 아내와 마리오 끝판을 깨고 참 많이도 나눴다.
마리오를 겪고, "믿기지 않는 마지막 판" 이 우리 인생에 찾아오는 수많은 기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것은 무엇인지 모르는 새로운 일들로 담장을 꿀렁 넘고 우리 인생으로 들어오겠지만,
우리가 더 애착하고, 노력할수록 그 성취감은 반드시 배가 되어 행복으로 우리에게 온다는 것,
"우리"가 해냈다는 그 기쁨에 잠 못 이루는 아이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제 분명히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