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 현실에 대한 막연한 선택의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영화
- 저출생에 대하여 "우리는 어떤 나비의 날갯짓을 해왔길래"
지금은 없어진 대한극장.
대한극장은 커피숍과 쉼터가 마련되어 있는 건물이라서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에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기 좋은 곳이었다.
좋은 영화도 많이 상영했거니와 당시 1관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사운드 시설과 화면비를 갖춘 영화관이었다. 영화광이라면 이 1관에서 음악 영화나 전쟁 영화를 참 많이 봤을 거라 생각이 든다.
영화 나비효과는 오락적인 성향을 잘 살린 영화다.
주인공 에반이 사랑하는 케일리를 위해서 일기장을 읽으며 과거로 돌아가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류의 영화는 과거를 뒤틀어 놓으면 결국에는 망친 미래를 보여주는 식이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는 엔딩이 5가지이다.
서로를 모르는 상태로 돌려놓은 미래에서 서로 마주치는 결말ver.1,2도 있고, 교도소에서 자살을 하는 장면, (DVD) 모르는 사람이 되어 서로 지나치는 미래(극장판), 태아로 돌아가 자신을 아예 없애 버리는(감독판) 결말도 존재한다.
이렇게 결말이 많은 영화라서 친구들과 서로 어떤 결말이 좋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나비효과라는 개념은 로렌츠가 1972년 발표한 논문 「브라질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 번쯤은 내가 한 행동에서 비롯된 결과가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고, 나쁜 결과, 혹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온다는 것을 인생에서 경험하기 때문에 꽤나 흥미로운 이론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비효과가 개봉하고 2년뒤인 2006년 부터 지금의 2025년까지 약 440조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어디 영화나 세계적인 경제잡지에서나 볼만한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그 많은 돈은 어디서 무엇을 했길래 아직도 우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와 불투명한 저출생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정책도 중요 하지만 저출생에 대한 인식을 먼저 바꾸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워도 참 행복하다.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잘 나아지지 않는 저출생 문제.
첫 번째
아이를 공동육아 하며 길거리 시어머니들을 참 많이 만난다.
그냥 애기 발을 만진다. 물론 먼저 만져도 되는지 물어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일하면서 낀 목장갑으로 아이의 볼을 만지고, 아이의 손을 터치한다.
의아한 점은 다른 모르는 사람의 물건을 만지면 안 된다는 건 알면서도 왜 다른 "사람"을 만지면 안 된다는 건 모르는 걸까? 우리는 분명 코로나 시대를 거쳤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아기띠를 하고 양말만 신고 있으면 아이 엄마에게 "지는 신발까지 다 신었으면서 아이는 왜 신발도 안신겨?"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다.
나는 이게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아이가 귀여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려고 하다가도, 젊은 사람(예비군의 남자)도 아이를 함부로 만지는 것을 겪은 적이 있다.
만지러 오기 전에 대응을 할 수가 없다. 그냥 다가와서 다짜고짜 만진다.
그리고 위의 이야기의 공통점은 이상하게도 대부분 내가 화장실에 잠깐 가거나,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일어 나는 일이다.
아기 엄마도 한 성격을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있으니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한다.
두 번째
고속터미널에 초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다.
차를 타고 가서 신세계백화점에 차를 대 놓고 지하상가에 있는 맛집을 향해서 간 적이 있다.
오르락내리락 계단이 쉴 새 없이 많았으며, 무슨 초밥원정대처럼 기나긴 길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중간에 우울해진 표정으로 아내는 포기를 하자고 했다.
한 곳의 계단은 직원이 나와 경쾌한 음악이 나오며 유모차를 끌어올려주는 기계로 끌어올려 주었지만, 두 번째 높은 계단은 유모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곳도, 직원도, 그런 기계도 아예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포기하자고 했었다.
짜증이 나서 그냥 번쩍 들어서 이동했다. 결국 초밥집에 기진맥진해서 도착을 했다.
노키즈존도 이해한다. 부모가 관리를 못해서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뛰어다니거나 하면 업장 입장도, 그리고 손님의 입장에서도 그건 환장할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우린 맘 편한 키즈카페만 주야장천 찾게 된다.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는 "계단이 많아서 아기 의자가 없어요"라는 해괴한 소리를 한다. 계단이 많다는 소리는 당연히 아기엄마들은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냐라는 교토식 농담 같은 건가? 기저귀 갈이대가 어딘가에 다니다 있으면 절을 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세 번째
어린이 집과 유치원은 그냥 가고 싶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대기가 존재하며, 그것도 실패하면 아이 엄마나 아빠가 다시 육아휴가를 써야 한다.
물론 봐줄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계시면 참 좋은 일이지만 애초에 엄마와 아빠의 공동육아를 지향하는 정부가 어린이집부터 다 지어 놓고 마음 편히 일을 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회사는 아이 낳는 것을 절대로 환영하지 않으며, 아직도 아이를 낳으면 눈치를 주고, 불공정한 대우를 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이해가 된다.
내가 하던 일을 다른 사람이 몰아서 하면서 그 사람의 월급은 같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충원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저출생 대책을 세운 20년 동안 이 회사와 육아 문제, 그리고 어린이집 문제는 변화하는 경우를 보지를 못했다. 어떤 나비효과의 멋진 날갯짓을 해왔길래
"어린이집을 짓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것이 싸다"라고 말하는 대기업의 물건은 아직도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어린이 집이라도 편히 보낼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을 해서 먹고살 것 아닌가.
기업의 입장에서도, 정부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우리들의 문화 속에서도 배려가 없는 이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네가 낳았지 내가 낳았니? 그냥 키워"라고 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과연 어떨까? 그 생각의 나비효과는 누구에게 돌아올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부모가 아이의자가 없는 곳은 피하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갈 수 없는 곳은 데리고 나가지 않으면 되고, 부모가 유모차를 들고 옮기고, 이렇게 부모가 아이와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도 있다.
이 날갯짓이 힘차게 현재에도 계속되는데 저출생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나비효과는 나비와 효과의 합성어이다. 나비의 날갯짓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효과"가 된다. 영화 나비효과의 감독판이 되진 말아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