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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17. 2020

가장 높은 장벽은 언어야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집 상담


매년 이 맘 때면 어린이집에서 안내문이 집으로 날아온다. 면담 일정 확인을 위한 조사이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서 유선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년 우리 부부가 싸우는 날이기도 하다.

이유는 물론 이해를 못하고 아직도 바라는 게 많은 나에게 있다.


왜? 그러냐고?


그냥 통역을 해주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생각을 해보면 아이의 엄머인데 딸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언어가 문제가 된다. 그 표현을 100프로 할 수가 없는 모습을 5년

째 지켜보면서 나도 답답하고 무엇인가 불편하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미안한 마음은 다르게 표현된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에 문제이다. 최근에 있던 일이다.


군인이라서 부대에서 보직 문제로 상담을 받았다.

실무자가 현재 지역에 공석이 없어서 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근무지를 저기 먼 곳 (북한 근처)로

배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혹시 애로사항이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말했다.


제가 다문화가정의 가장인데 이 부분은 고려사항이 될 수 없을까요?


답변은 그건 규정상 고려 사항도 아니고 자력을 보니 혼인하신 지 5년이 넘었는데

이제 가족분이 한국에 적응하셔서 문제없지 않냐고 나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도 핑계로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위에 상황을 성명한 이유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이 쉽게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언어이다. 유아 상담 때 내가 화가 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021년 다문화정책 개선 정책사항에 다문화 장병의 정의를 부 또는 모가 외국국적 출신인 장병에서 배우자가 결혼이민자인 장병 등도 포함하여 확대한다고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내년부터 나도 다문화 장병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을 떠올리면 특히, 2살 때 첫 상담 기억이 난다. 선생님과 대화를 하는데 집 사람은 잘 알아듣지 못했다. 알아듣는다고 해도 완벽한 리스닝이 아니기에 의미를 잘 못 받아들여서 대화의 흐름이 끊어지고 나는 가족이 궁금한 사항도 통역해 줘야 하기에 결국은 30분 동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해에는 집사람이 중간에 질문하고 통역을 원하는 사항을 무시했다. 이유는 시간을 절약해서 상담을 잘 받기 위함이었는데 가족이 서운했는지 집에 와서 우는 것이다.


그 모습에 달래주기보다는 그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서 나 또한 집 밖으로 나와서 혼자 걸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TV 속에 연예인이나 사람들처럼 정말 쉬운 과정이 아니다.

영어 공부를 몰입해서 밥만 먹고 미친 듯이 공부만 한 나도 3년이 겨우 지나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나는 가족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부대에서 외국군이 방문하면 브리핑이랑 통역을 전담했다. 물론 아직도 습관적으로 영어로 뉴스를 듣고 공부를 하려고 애쓰고 시간을 투자한다.


중학교에 영어를 처음 접한 경우에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 6년   (최소 6년)
 23살부터 37살까지 13년 (취업이나 기타 필요에 의하여)
나의 경우에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영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우리 딸의 영어 동화책의 내용을 아직도 100% 이해할 수 없다.


어휘도 모르겠고 발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왜?? 캐나다 처갓집에 가면 6살 조카의 말을 못 알아듣는 걸까? 그리고 밥 먹을 때 내가 영어를 하면 말한다. "데이먼이 말을 이상하게 한다고."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모두 TV 속에 나오는 외국인들처럼 그렇게 우리나라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TV 속에서 바라볼 때는 대본이 있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내 가족이 지금 한국어를 능숙하게 하기를 바라는 것과 이런 다문화 이해가 없이 당연히 거주 기간에 따라서 어학 실력도 상승할 거라는 생각은 참으로 나를 힘들게 한다.


  솔직히 필리핀 어학연수 1년을 했을 때 난 필리핀어를 한마디도 해 본적도 하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 그런데 공부하면 수없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관심도 없었다.

이유는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필리핀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 당시 나의 목적은 영어 공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이 해당 국가에 산다고 자연스럽게 언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늘 상담도 결국은 내가 그리고 상상하던 모습으로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린이 집에서 잘 적응하고 있고 특히 영어시간에 주변 친구들에게 알려주려고 하고

자신감 있어한다는 선생님 말을 들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고 항상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서 적응을 못하면 어쩌지? 친구들과 잘 지낼까?

하는 걱정이 맘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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