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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용환 Dec 28. 2020

영어 잘하는 반려견

다문화 가정의 큰 아들 촬리

우리 집 강아지는 영어도 한다.


다문화 가정의 반려견은 특별하다. 우리 가족은 촬리를 익산으로 직장을 옮기고 입양하게 되었다. 데이트할 때 근무지역이 서울이었는데 좋은 교육이라고 해서 해외로 교육을 다녀오고 나니 나를 강제로 익산에 배치시켰다.


덕분에 캐나다인이고 이방인인 집사람은 시골로 지방으로 갑자기 내려오게 되었다. 일을 하러 가면 집에 혼자 남아 있는 가족이 계속 신경 쓰였다.

어느 날 하소연 하러 선배가 관리하고 있는 회관에 잠시 들렸다.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첫째 아들을 만났다.

우리는 입양을 결심했다. 촬리는 부대에서 태어나서 첫 주인은 만났지만 부대에서 강아지와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당직, 훈련 등등 그리고 숙소에는 계급으로 나눠진 선배와 후배 그리고 장교들도 있다. 그래서 촬리는 여러 번 다른 주인에게 옮겨졌다고 했다. 그리고 선배 집으로 입양되었으나 선배 또한 형편이 만만치 않았다. 다자녀에 이런저런 이유로 집에서 방출되어 회관에 머물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촬리를 처음에 봤을 때 겁에 질려있었다.

목욕을 안 한 지 꽤 되어서 지저분해 보였지만 간절한 눈빛과 잘생긴 외모는 나와 가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이후에 나는 출근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가족은 임신 중에 적적한 시간을 촬리와 함께 보내며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촬리도 처음에는 불안해했다. 아마도 또 버려질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집에 두고 잠시 외출을 나가면 미친 듯이 울어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일원으로 적응해 나갔다.


가끔은 당당하게 아빠 엄마의 물도 스틸해서 완샷 하는 용기 있는 그런 남자다.


그리고 우리 딸이 태어났다. 신생아와 강아지를 같이 키운다는 것이 약간은 어색하고 나조차 잠시 촬리를 다른 곳에 보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집사람에 말했다. 가족은 캐나다인으로서 한 고집하는데 절대 안 된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존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딸은 소중한 오빠를 얻었다. 물론 스피킹에 발음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고 엑센트의 톤이 너무 높아서 알아듣기는 힘들지만 표정연기와 바디랭귀지로 완벽한 의사표현을 한다.

하지만 2개 국어의 리스닝을 완벽하게 한다. 엄마가 촬리에게 영어로 말해도 촬리는 알아듣는다.

아빠가 촬리에게 한국어로 말해도 우리 큰 아들은 알아듣는다.

그리고 우리 딸이 오빠에게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말해도 모두 알아 듣는다.



아마도 토익시험을 본다면 400점 이상의 점수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자식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에 살려면 기본 2개 국어를 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큰아들도 어려운 유년기를 거쳐서 우리에게 왔고 적응력과 실천력이 아빠를 꼭 닮았다. 그리고 나중에 배우게 된 세컨드 랭귀지도 단기간에 습득했다.


이제 딸과 아들은 절친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반려동물이 아기에 주는 좋은 영향으로 크게 3가지가 있다고 한다.

1. 아기의 감수성 발달
아기와 반려동물을 함께 키우면 아기는 반려동물의 행동과 생각을 추측하며 공감능력이 발달하고 감수성이 풍부해진다. 또한 반려동물이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 함께 생활함으로써 애정을 주는 방법이나 동물을 안전하게 보호자 고자 하는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

2. 아기의 면역력 발달
반려동물과 접촉하면 다양한 병원균이나 알레르기에 적당히 노출되는데 이는 오히려 아기의 면역체계를 더욱 발달시킨다. 2002년 조지아 대학교 데니스 오운비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집에서 두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과 함께 자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알레르기를 앓는 비율이 33.6%나 낮아진다는 결과가 있으며 핀란드에서 400명의 아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기와 반려동물이 함께 있을 경우 귓병은 반으로 줄어들고 호흡기 질환도 30%나 감소했다고 알렸다.

3. 아기의 정신적 안정감
아기가 강아지나 고양이는 자신보다 작은 동물을 보면 지키는 모성본능이 발동한다. 아기들은 자신을 지켜주는 동물이 곁에 있으면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소중한 관계를 느끼고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정신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출처 : 금강일보(http://www.ggilbo.com)


교육을 잘 시키면 정말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은 오빠를 먼저 보내줄 때 딸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상실감인데 반대로 어쩌면 그것조차 삶의 소중함을 이해하는 좋은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충분히 평생을 함께 할 준비가 되고 반려견을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 되기를 바랄 뿐이다 .


 말 못 하는 동물도 영어를 알아듣는데 말하는 우리 중에 아직 영어를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어쩌면 더 똑똑할지도 모른다.

그들도 상처를 받고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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