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경제학
다음 편지는 본인의 지인이 Ken Fisher의 기사를 읽고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본인의 답변입니다.
답변
기사 잘 읽어보았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귀담아듣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경제학을 공부해 보시면 이해하게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몇 가지 오류에 대해 글을 남깁니다.
글쓴이가 전제로 깔고 있는 것은 통화론적인 화폐방정식으로 보입니다. 통화유통속도가 일정하다는 가정 하라면 통화량이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 부과가 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은 틀렸습니다. 150년 전에 통하던 통화방정식을 진지하게 믿는 거시경제학자가 있다면 경제학적 사고역량을 재고해보아야 합니다. 통화량은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물론 과도한 통화 증발은 십중팔구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중앙은행 제도가 확립된 국가라면 급격한 통화량의 증가보다는 수요나 공급 부문의 충격 그리고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됩니다. 합리적 기대를 가미한 필립스 곡선 인플레이션 = 기대 인플레이션 + h(실업률 - 자연실업률)이 이를 잘 나타내줍니다.
실제 모든 데이터도 인플레이션의 심화, 사람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1월의 core consumer price index는 3.3%입니다. 목표치를 한참 넘어선 수치입니다. 미시간대학교에서 발표한 소비자의 연간 예상 인플레이션은 4.3%,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문가의 예상보다 낮은 64.7입니다. 소비자 연간 예상 인플레이션에 대한 답변의 표준 편차는 1980년 이후 가장 크며 이는 트럼프의 비상식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관세와 외교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를 상승시킴으로써 자기실현적 예언을 이룩해 내는데, 이는 보통 명목임금의 상승, 값비싼 상품의 다량 구매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과 관련이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경제학적 수준이 심히 의심되는 주장입니다. 임금 상승이야말로 오늘날에 통화량보다 중요한 물가 상승 경로입니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든 물가를 밀어 올립니다.
관세가 어떤 상품의 가격은 올리고, 다른 상품의 가격은 내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경제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들립니다: 코끼리가 상자를 밀고 있고, 반대편에선 생쥐가 상자를 밀고 있으니 상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품의 가격이 오르고 내린다고 해서 그 두 효과가 정확히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한다는 이론적, 현실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창자인 트럼프도 그런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최소한 물가가 상승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며, OPEC에 석유 가격 하락 압력을 넣은 것은 이러한 우려에서 기인합니다. 에너지와 식량을 배제한 코어 cpi도 상식적으로 원유에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설령 그의 황당한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제무역은 맥딜리버리가 아닙니다. 빅맥의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쿼터파운드 치즈버거를 주문하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공급망을 충격에 맞추어 변화시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며, 우리는 이것을 “거래 비용“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최적화 원칙을 적용한다면, 이미 기업들은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 자원을 조달하고 있으며 그 조합은 미시경제학적 가정 하에 유일합니다. 관세 충격으로 장기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조합이 원래의 조합보다 기업에 유익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해당 기사의 저자의 커리어와 뉴스의 수준입니다. Media bias/Fact check는 해당 뉴스를 중도우편향의 극단 수준이며 Factual Reporting은 Mixed 수준입니다. 해당 저자의 주장은 더 끔찍합니다. 저는 황색언론 경제 전문가 호소인의 프로파간다성 기사로 평가하며, 직관과 이론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오도하는 이런 부두 경제호소인들이 우리 사회가 갈등의 길로 접어들게 하고 더 나은 경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가로막은 장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당 저자 Ken Fisher는 Economics associate degree를 받은 비전문가입니다. 이건 학력의 문제가 아니라 말하는 내용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투자 전문가라는 설명이 있지만 애초에 투자와 경제학은 완전히 다릅니다. 투자라는 기술의 목적은 돈입니다. 사회 후생과 더 나은 경제 정책을 탐구하지 않습니다. 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목적은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입니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가 어떠한 선택을 내리고, 그 선택들의 상호작용으로 시장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탐구하는 것입니다.
Ken Fisher는 경제학을 이해하기에는 식견이 너무 좁은 사람인 것으로 보이며,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되려 그는 세상을 자신의 관점에 끼워 넣어 이해하고자 하며, 위험한 발언을 대중에 퍼뜨리는 유해한 인물로 보입니다. 그는 어떠한 면에서 창조론자와 같으며, 수학에 대해 주장하는 토머스 홉스와 같습니다. 글의 논조는 경멸스러우며 지식을 나누고 이성을 통해 호소하는 사람의 논조는 분명히 아닙니다. 경제학원론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그대로 인간 사회를 이해하려고 하는 경제학과 1학년보다 경제를 모르는 인물입니다. 결정적으로 학생은 배우는 걸 멈추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저자보다 본 대학교의 경제학과 신입생들을 더욱 높이 평가합니다.
경제학자는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동의합니다: 비교우위이론에 근거한 국제무역은 모든 국가에 이득이 되는 파레토 개선이다. 기업인 트럼프는 식견이 좁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국제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관세는 단순히 경제학적인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외교 관계를 악화시켜 국제정치적 이득을 갉아먹는 정책입니다. 미국은 내일 강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쇠약해진 국가로 남을 것입니다. 1945년 체제를 끝냈으니, 이제 FDR 이전의 수많은 강력한 국가 중 하나로 돌아갈 뿐입니다.
p.s. 그리고 말씀하신 서적은 미시경제가 아닙니다. 투자서는 미시경제학서가 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미시경제학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Gary Becker의 The Economic Approach to Human Behavior, John Hicks의 Value and Capital. 기업 분석은 미시경제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저자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심히 우려됩니다.
-최승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