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인 사람의 외로움에 대하여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더 밝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눈이 부셔, 평소보다 더 일찍 눈이 떠진 일요일 아침이었지만, 마음은 도무지 따라가지 않았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이라도 외로운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누가 날 좀 안아줬으면 누가 날 좀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사랑하는 티를 팍팍 내줬으면 하는 기분이다.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한테 나약하게 의지하고 싶은 건 아닌데 그냥 잘하고 있다고 수고가 많았다고 토닥토닥 안아주고 잠들 때까지 쓰다듬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독립적인 성향이라는 거 내가 선택했다기 보단 삼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서 독립적이게 살아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들이 나를 만든 걸 수도 있다. 또한, 20대에 낯선 남녀 간의 사랑을 하면서도 내가 다치 지지 않는 방법은 스스로 최대한 이겨내고 견뎌내야 한다는 일련의 자기 방어기제로 쌓아 올린 내 성향이 된 걸 수도 있다. 그렇게 독립적 성향이라는 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야만 했던 환경이 만든 결과 였다. 사랑에는 이별이 오는데 그 이별에도 내가 덜 다치려면 나 스스로를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이라고 세뇌시켜야만 하는 거처럼. 징징대고 우는 건 하나도 멋있지 않다고 말이다.
연인이 있어도 이런 기분이 들 때가 있고, 날 항상 격려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도 이런 기분이 들 수가 있다. 오래된 연인은 이제는 서로보다 자신의 삶이 더 중요하며 자신의 가치와 우선순위가 있고 특히 30대가 넘어가면 일이 중요해지기에 서로만을 바라볼 수가 없기에, 가족은 괜히 내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나를 걱정할까 봐 그들에게 걱정거리가 되어주고 싶지 않아서 앞에서는 웃어야만 한다. 그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하면 추후에 또 그 불편함은 나를 더 괴롭게 할 거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 나는 사람의 온기만으로도 많은 것이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는데 도대체 그 온기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하늘에서 누군가 내가 필요할 때 적재적소에 나타나 그냥 따뜻하게 안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큰 스트레스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음에도 매일밤 가위에 눌리고 루시드 드림으로 같은 꿈을 계속 꾸는 걸 경험한다. 하지만 그 말은 즉, 내가 모르는 무의식은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어릴 때부터 가위에 지겹게 눌렸다. 그리고 그 패턴 속에 찾아낸 건 스트레스가 많을 땐 항상 가위를 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너무 평화로운걸 이성적으로 알기 때문에 지금 계속 가위눌림이라고 불리는 수면장애를 겪어야만 하는 그 스트레스의 원인을 모르기에 나조차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몸도 마음도 편한 상태 같은데, 은연중에 혹은 간혹 가다 나를 괴롭혔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모여 무의식의 나를 괴롭히는 건지 밤잠은 오지만 제대로 자지 못한 일상이 반복된다. 아마도 내 무의식은 '괜찮지 않다'는 걸 밤마다 나에게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독과 우울은 나약함이라고 치부했다. 그렇기에 그런 기분이 들 것 같으면 부정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세워 운동을 했다. 쉬는날에도 해가 뜨면 일어났고 집에 커튼을 치는 일은 없었다. 잠을 잘때도 해가 들어오면 일어나기 위해 암막커튼이 달려있지만 커튼을 쳐본적이 없고, 해가 떠있는 낮에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낮잠을 잔다는건 죄악으로 여겼다.
그런데 오늘은 좀 쉬어야겠다. 해가 뜬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 챙겨먹으려 노력도 하고 운동을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냥 지금은 속절없이 밝고 따뜻한 해를 막기 위해 커튼을 치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가만히 누워서 움직이지도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갑자기 기분좋은 행운이 깃들기를. 꼭 움직여야만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니라는게 증명되는 하루 였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하늘에서 갑자기 벼락같이 좋은일이 떨어지는 날도 있는 거라는 걸 증명해줬으면 좋겠다. 간단한 예시로는 로또를 사는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로또가 당첨되어 버리는 그런 말도 안되는 행운 같은거 말이다.
행운이 가끔 노력없이 누워있는 사람에게도 떨어지기를. 그게 너무 욕심이라면, 적어도 노력하다 지친 사람에게 노력을 멈춘 사람에게 그냥 뚝 하고 떨어지기를. 지금 내가 바라는 행운은 생명체의 온기 같은거라서 불가능 하더라도 언젠가, 누군가가 아무 이유 없이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그게 사랑이든, 단순한 온기든, 지금은 그게 다르지 않으니까. 행운이 누워있는 사람에게도 왔으면 좋겠다.